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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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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을 만들며


BY 미금호 2003-12-11

며칠전 강원도에 살고 있는 큰언니가
직접 농사 지은 메주콩을 보내 왔다
그속엔 간간 이 섞인 서리태는 골라 내어
밥에도 얹어 먹고 콩자반도 해 먹으려고 골라 놓았다
그리고 저녁내 불려서 다음날 새벽부터 콩을 삶기 시작했다
큰언니의 말에 의하면 콩이 붉어지도록 서너시간동안
푹---삶으라고 했지....
한 두어시간이 지나자 집안엔 콩익는 냄새로
온통 구수하다
그 냄새따라서 기억 저편 커다란 가마솥이 걸린 부억아궁이 앞에
앉았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엄마는 우물물 길러다 가마솥에 붓고
할머닌 아궁이 앞에 앉아서 부지깽이로 불이 나올까봐 지키신다


또 다른 의미도 있으시기도 하다
그것은 메주 콩이 익으면서 엄마가 어느정도 익었나 맛 보실때
우리들이 달려들어 콩을 집어먹으면 할머닌
사정없이 부지깽이로 우리들을 때리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 엄만 할머니 몰래 뜨거운 콩을 호호 불으면서
우리들 허리를 꾹꾹 찌르며 부억밖으로 몰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없는 우리들은 또 부억 아궁이에
몰려 들면 할머닌 그러신다
"메주콩 마이 묵으믄 버버리 된데이 고만 무라..."
그 카랑카랑 하던 할머니 목소리가 아직도 쟁쟁 하다


그렇게 메주 만들고 남은 콩으로 할머닌 청국장을 만드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국장은 그냥 청국장인줄 알았는데
나중에야 할머니 방 아랫목국방색 담요로 씌워논 것이 청국장띄우는 것인줄
알았다 .그것도 우린 할머니 냄새라고 얼굴을 찡그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그리도 철이 없었던지....


이런 아련한 추억을 헤메이다보니 어느새 까스불위의 콩이 발그스레하게
색깔이 난다
엊그제 요 앞 논에서 가져다 손질해논 짚을 바구니에 깔고
뜨거운 콩을 퍼서 담는다
그위에 또 짚을 얹고 다시 콩을 넣고 그 위에 짚을 듬뿍덮고
깨끗한 종이로 싼 다음 허름한 이불로 조심스레 감싸서
아랫목?에 모셔 둔다
이렇게 사흘만 두면 짚과 메주콩에서 나온 유산균 진이 끈을 달고 늘어진다


그러면 다시 진이 나는 콩을 굵은 소금 약간넣고 절구 방망이로 빻으면 청국장 완성!!!
한끼 먹을 만큼 동글동글 하게 비니루에 넣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그리고 겨울날 흰눈이 펄펄오고 온 새상이 꽁꽁 얼어 붙을때
신 김치 송송 썰어 두부와 같이 넣고 바글바글 끓여 먹으면
정말 맛이 일품이다

 

셋이 먹다 셋 다 없어져도 옆을 볼사이 없이 먹을 정도이다
특히 우리집 막내 아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물론 우리집 식구들 다 좋아 하지만요
그래서 난 해마다 그르지 않고 청국장을 만들어 먹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