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여보세요?"
"니 누구 아이가!!"
".........?"
"벌써 내 목소리 잊어뿟나 가스나야~"
어느날 느닷없이 낯선 목소리가 전화해서는 나를 모르겠냐니
사람 환장 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돌 굴러가는 소리 요란하게 머리속 굴려봐도 당췌 기억이 안난다.
근데 가스나 라는거 보면 어릴적 소꿉 동무 같기도하고
"니는 가스나가 우예 그리 인정머리가 없노!!!!"
갈수록 태산이다. 누군지 알아야 대꾸를 하던지 말던지 할텐데
"저어....니가 누고? 내는 도저히 모리겠다."
"하이고~그래 니 잘났다!! 어릴때 친구도 모리고 내는 누구다!.그래도 모리겠나?"
"아! 그래 그래 인자 알겠다. 야이야~ 이게 얼마만이고?"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나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아이라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성질이 괄괄해서 선머스마 같던 친구였다. 항상 말하는게
싸울려고 시비를 거는 투여서 나하고는 맞지가 않았다.
근데 내 연락처를 우찌 알고 연락을 했는지 물었더니 다른 내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내 소식이 궁금해서 전화번호를 물어 보았다고 했다.
"느거들끼리만 만나고 와 나한테는 연락도 안하노!!"
시비조로 다그치는 말버릇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 하였다.
"우짜다 보이 그래 됐다~그래 니는 우예 사노?"
"지랄한다 일찍도 묻는다!! 내 혼자 새끼둘하고 호프집 하면서 산다."
친구는 남편하고 사별을 하고 남매를 키우며 친정 엄마하고 산다고 한다.
그런데 워낙 말버릇이 터프 해서 인지 너무나 씩씩하였다.
외로워서 우째 사노 물었더니 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며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놈의 외로움이냐 나는 남자라면 치가 떨린다.
남편 잘못 만나 그동안 마음 고생을 무척 많이 한 모양이었다.
"언제 친정 오거던 꼭 내한데 들렀다 가라 알았제?"
"그려~알았어." 그리고 그해 가을 친정 나들이를 갔다가 그 친구네 가게를
다른 친구하고 둘이서 찾아갔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작은 맥주집이었다.
문 을 밀고 들어가서 두리번 거리며 친구를 찾는데 저쪽 테이블에서 뚱뚱한
여자가 우리를 보더니 마구 손 을 내저으며 오고 있었다.
실내가 어두워서 금방 몰라보고 누군가싶어 눈을 꿈뻑이며 쳐다 보니 맙소사
바로 그 친구였다. 어릴때는 너무 말라 엉덩이를 크게 보일려고 속옷을 여러겹
입고 다니던 친구 였는데 마치 헤비급 씨름선수처럼 살이 쪄서 있었다.
더군다나 호프집 안주인이라면 외모도 중요 할터인데 은근히 걱정이 되어서
"야~니는 살부터 빼야겠다! 가게 맥주는 니혼자 다 마셨나 와이리 뚱보가 됐노?"
그러자 친구는 웃으며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더니 그게 다 살로 가버렸다나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보니 즐거운 마음은 잠깐이고 왠지 기분이 울적 하였다.
친구가 말 을 함부로 하고 거친 이유가 왠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그날 밤 이 늦도록 맥주잔을 기울이며 오랜 회포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