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 힘든 한 해였다. 많은 일들도 있었고. 남편과 따로 떨어져서 월말부부 생활도 했고 집을 파느라 정말 뼈빠지게 쓸고 닦고 페인트 칠하고 그리고 많은 마음 고생을 했다.
더 이상 지쳐 따로 살수가 없어서 그냥 집을 비워두고 이사하는 심정은 표현할 수 없었다. 처음 장만한 집이었는데.. 너무나 편하고 좋은 집이어서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는데.. 아침마다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좋았는데..
소가 끌려가는 모양으로 셋집으로 들어서서는 새벽에 일어나 청소하며 많이 울었다. 남편이 원망스럽기도하고.
그 좋은 집을 텅 비워놓고 우리더러 이런 집에서 살라고 하다니. 아이들은 친구도 없고 위험해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벌레가 들끊는 집에서 살라고 하다니.
매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늘어만 갔다. 그래서 나도 이집이 싫었다. 크기만 하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이집. 창문 하나도 제데로 열리지 않아 환기도 못시키는 이 집이 싫어지고 남편도 싫어지고.
그런데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이제 다가온다. 벌써부터 형형 색색의 전구로 집들을 치장하고 밝혀놓고 있다. 그것도 싫어 난 아무것도 장식하지 말아야지 빨리 여기를 떠야지 하는 생각 뿐 이었는데...
내 작은 아이가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나이이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불빛을 본듯이 크리스마스 불빛만 나오면 흥분해서 "크리슨, 크리슨" 한다. 엄마를 너무 미안하게 만들만큼..
나의 불만이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모두 빼앗아가고 있다는걸 느꼈다. 내 아이는 이제 세상을 달콤하게 아름답게 보고있는데 엄마는 세상을 추한 것으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집이 뭐길래..
아직까지도 빛도 없고 아이들도 모두 건강하고 똑똑하게 크고 있는데..
난 우울함으로 집을 도배하고 아이들에게 나의 감정을 강요하지나 않았는지.
아직도 내가 감사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찾아 내지 못하는 것은 나의 욕심때문이 아니었는지..
남편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이들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구박하고..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 메세지를 남겼다. 우리 크리스마스 트리 사자.. 당장에 전화고 오고 난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으로 주문을 했다. 남편은 향내 가득한 몸짓으로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들어서고 너무나 좋아했다. 나의 마음이 바뀐 것에. 난 아무 것도 않할거라고 공언을 했으니까.
작은 아이와 큰 아이는 나무에 장식을 매다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큰 아이가 학교에서 만들어왔던 장식을 꺼내어 달며 설명을 해줬다. "네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다닐때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이란다." 하고.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었는데 난 그저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아름다운 추억같은 장식을 꺼내어 달기만 하고 플러그만 꽂는 것으로 나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잠들 수 있는데 엄마의 미련함이 아니 불만이 아이들에게서 그 모든 것을 차단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이집에서 마당가에서 자라는 크리스마스 나무를 잘라다 화병에 예쁘게 꼽고.
큰 아이는 고무찰흙이 이라도 사러 가잔다. 세상에서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선물이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 준비해야 한단다. 그래! 난 아직도 크리스마스 불빛을 밝혀야하는 너무나 많은 이유와 매일 밤 불빛에 감사해야 할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저 크리스마스 트리는 한 겨울을 잘 보내고 봄까지 향내를 온 집안에 풍겨줄 것이다. 난 매일 아침 향기에 조금씩 행복을 맡을 것이며 나의 아이들은 저 나무 아래에서 밤이면 책을 읽을 것이다. 난 세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트리를 사랑으로 주렁주렁 장식할 것이며 새해를 계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