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뻐지겠다고 모처럼 시간을내어
미용실에 갔다가 엄청 맘에 안들게 만들어진 머리에 무척 실망과
낙담과 눈물과 콧물과 절망을 곱씹어야 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나마 쪼끔 아주 쪼금 봐줄만한 모양새가 갖춰졌다.
오늘 아침은 이상하게 머리를 조금 만져주고 싶어서
부스럭 부스럭 서랍속에 넣어둔 셋팅기를 꺼내 뜨겁게 달궈서 머리에 감아놓고
뒤늦은 출근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전화벨이 절좀 열어달란다.
"네" 역시 투박하고 허스키하고 뚝배기 두개반쯤 깨지는 목소리로
전화선 저쪽에대고 응답을 했더니
"마당님?"
" 나, 안단텐데요. 오늘 대전에 왔는데 보고가려구요 "
"와 ! 그래요?"
"동학사 왔는데 이따 오후에 만날까 해서요"
"그래요 그럼 산에 갔다가 오후에 다시 전화해요"
왠지 머리가 만져보고싶더니 어머나 어머나
또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이다.
느닷없이 나를 만나고 싶다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종종 걸려온다.
전국에 애인이 쌔고 쌨으니 이거 넘 행복한 여자가 아닌가 몰라
사무실에 나와 앉아서 결재서류를 들여다 보면서두
인천에서 내려온 여인을 오후에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괜시리
마음이 고무풍선이다 .
얼른 얼른 일 처리 해놓고
바지에서 비파소리가 나도록 그녀에게 달려가야지.
보고싶어하는 이가 많다는것은 그 기쁨이 무엇에 견주랴.
만나고 싶어하는 이가 많다는것은 그나마 인심을 잃지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아컴에서 만난 여인들
그들은 모두가 친구이고 애인이고 인생 동료들이다.
기쁨이다.
행복이다.
전국에 애인이 무지 무지 많은 아컴여인들 그녀들은 모두 다 부자다 .
무지 무지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