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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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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 사랑


BY 쟈스민 2003-12-01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시댁이 있는 곳 부여에 가서

텃밭에 가꾼 채소들을 거두어 김장을 담근다.

 

어머니의 손맛도 손맛이려니와 시부모님들의 기다림이 있는 그곳은

늘 휴식같은 평화로움으로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힘들어서 이제는 농사를 그만 지어야 겠다고 말씀은 그리하시면서도

또 이듬해가 되면 어김없이 무공해 채소들을 풍성히 가꾸셔서

아들네로 딸네로 나누어 주시는 것이 그분들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도 되시는지

 

이제는 좀 편안히 지내시라 하여도 여전히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시는 덕에

올해도 맛있는 배추로 만든 싱싱한 김치를 맛볼수가 있을 것 같다.

 

얼마전에 아들네집에 다니러 오셨는데 

반찬가게에서 산 무우말랭이 무침을 낼름낼름 잘도 먹는 딸아이를 보시고는

내심 이번에는 무우을 썰어 말려 두어야지 작정하셨는지

간간히 푸릇한 고춧잎이 섞인 무우말랭이 무침을 만드는 것으로

김장을 마무리 하신다.

 

발그레한 태양초의 고운 빛깔에 좌르르 윤기흐르는 무우말랭이 무침 한 젓가락엔

어머니의 손녀를 향한 내리 사랑이 들어 있어서인지 유난히  맛깔스러워 보인다.

 

아이에게 할머니의 정성을 이야기 해 주니

먹을 때마다 할머니를 떠올릴 수가 있을 것 같아 내심 흐믓하다.

 

당신의 몸 힘드신 것 잊으신 채 늘 한결같은 사랑 베풀어 주시니

올 겨울은 벌써 부터 훈훈해 진다.

 

예전처럼 먹꺼리가 귀한 시절도 아닌데 어머니는 뭐든지 많이 많이 담으라 하신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란 듯 보이는 그 사랑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허리가 휘도록 오랜시간 앉아서 배추속 포기포기 양념을 넣으면서

이런 하루를 위하여 그간 가꾸고, 거두어, 다듬고, 메만져 오신

어머님의 손길을 생각하면 굳이 매운 고춧가루 때문만은 아닌데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져 조금씩 작아지는 그분들의 야윔조차

예사로이 넘겨지지가 않는다.

 

호박 고구마라고 하던가 속이 노오랗고 아주 단맛이 나는

고구마 보퉁이를 바라보며

문득 어머니의 사랑은 참 한도 없는 것 같아서

언젠가는 그 사랑을 내가 드려야 할텐데 ...

때이른 걱정을 하는 철없는 며느리는

올해도 여전히 아주 많은 것을 받고만 있었다.

 

언젠가는

그 사랑을 내가 먼저 가져다 드려야 하는 시간이 오겠지만,

그땐  익숙한 사랑의 향기마저 머무는 그런 사랑으로 보답을 드리고 싶다.

 

오늘도 나의 일터에서 성실히 나의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라면

그분들께 드리는 사랑의 조그만 보답이 될수가 있을까?

 

부족하기만한 며느리를 언제나 한결같으신 사랑으로 안아 주시는

그분들의 건강을 빌어 본다.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오랜시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