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 만화책 반납해야 된다며
둘째딸이 막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나가는김에 제과점 문 열렸거든
빵도 사오라고 시키곤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후 현관문이 열리면서 막내딸이
찔끔거리며 말도 못하고 울고 있는게 아닌가..
"왜 그러는데?"
"엄마~나 다시는 얘하고 안나갈꺼야~"
울먹이며 서있는 막내에게 물었는데
대답은 엉뚱하게도 둘째딸이 말을 한다.
"그렇게 까불더니 쟤 돈 잃어버렸데~"
책가게에서 자기책도 빌려달라 떼쓰고
걸어가는데 자꾸 키큰 언니에게 어깨동무하자고
장난치는 막내가 오는 내내 짜증이 났던지
둘째딸이 낼름 고자질을 한다.
"얼마를?"
"천원.."
혹시나 쓰려고 주머니에 돈 천원을 가지고
나간 모양인데 그만 그돈을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순간 눈물콧물 흘리던 막내딸이 내게 오더니
빨리 돈 찾으러 함께 나가자고 막무가내로 조르는데..
참말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깜깜한 이 밤에 만화가게며 제과점이며
어디다 흘린줄 알고 찾아 나선단 말인가.
마음은 안됐지만 잊는게 상책일듯 싶어
잃어버린 돈은 나역시도 아까웠지만 어찌하겠는가..
녀석의 마음을 다독일 수 밖에...
"그냥 포기하자~ 다음부턴 조심하구.."
"아냐~ 찾을수 있을거야~나가보자~~빨리이~~"
"에휴~이넘아~이밤에 어디 떨어뜨린줄 알고 나가~"
녀석은 마치 누가 당장이라도
주워라도 갈까봐 숨 넘어가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비록 찾진 못 할지언정 걍 한번
나가는게 심상에 편할 것 같다.
"어이~"ㅡ,-+
멀찍이 남일 바라보듯 웃던 남푠 나의 부름에 깜짝 놀란다.
"왜에?"
"자기가 나가봐"
"-.-;........"
"어여~운동하는 셈치고 빨랑 나갔다와~
안그러면 쟤한테 죙~일 시달릴텨?"
막내딸의 고집은 무쟈게 집요하다.
남편도 그 성격을 알기에 할수 없이
순간 머뭇거리더니 마지못해 일어선다.
"츄리닝 줘!"
(옷걸이에 있는거 찾아입지걍..꼭..시킨단 말이지..)
속으로 꽁시렁거리며 츄리닝 바지를 잽싸게
갖다주니 꾸역꾸역 입곤 막내딸과 돈 찾으러 나간다.
한밤중에 돈찾으러 가는 부녀지간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순간 웃음이 피식 나왔다.
과연 찾을 수 있을까나..ㅎㅎ
만화가게와 제과점을 오가며
어디에 그돈을 떨어뜨린줄 알고
이 컴컴한 밤에 찾는다는 말인가...
못찾지~ 못찾구말구~..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녀지간 모습이 눈부시게 밝다.
"엄마아~~돈 찾아떠~~^0^"
"어머머..세상에..어디서?"
"길에서 아빠가 찾았어..거봐! 내가 찾을수 있다고 했잖아~헤헤"
"와~자기 대단하다~이밤에 어떻게 찾았어그래?"
나와 딸아이의 수다에 마냥 흐뭇하게 웃고
서있는 남편의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이 따로 없다.
"역시 자기는 맥가이버야~난 못 찾을줄 알았는데..ㅎㅎ"
그렇게 시끄러운 밤이 가고
단둘이 거실에 남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네..오늘 돈 안찾았음 쟤한테 들볶여서
아마 잠도 못 잤을꺼야.."
"^ㅡㅡ^"
"왜..자꾸 웃어?"
"찾긴.. 뭘.. 찾냐?"
"그게.. 무슨 소리야?"
"사실은..내주머니에 있는 돈 천원짜리 길거리에
몰래 떨어 뜨리고 잃어버린 돈 찾았다고 한거야.^^."
"뭐..뭐라구?.."
"안그러면 계속 돈천원 찾는다고 울면서 헤메일텐데 어떻하냐."
"어머나..하하하..그랬었구나.^0^"
에구~딸아~
사실은 말이야..
그날 밤 너가 찾았다고 신나하던 그 천원은
네가 잃어버린 돈이 아니라 바로 아빠 돈이었단다.
너가 말이야..
하도 돈잃어버리고 속상해 하길래
아빠가 너를 위해서 그렇게 연기를 했다더구나..ㅎㅎ
그나저나 이 사실을 언제 말해줄까나..
울딸 시집가면 그때 말해 줘야지..
너 아빠가 ..그때 그랬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