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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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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나 좀 봐줘.


BY 아프리카 2003-11-16

 

남편이  쓱 들어왔다.

 

아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이  열리과 동시에 맞닥트렸다.

 

10kg쌀과  내가 좋아 하는 감 한상자, 귤 한 상자,  대하를 들고 왔다.

 

짐을 들고 서 있는 남편을 마중하러  시간을 맞춰 나간다는게  조금 늦은 것이다.

 

자상한 남편??

 

그렇다.

 

주말부부인 그와 나는 일 주알 만에 만난다.

 

이제 불혹도 넘긴  그와 나는 편안한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1월을 들어서면서 

 

마음이 늘 편치 않은 걸,

 

그냥 주말에 만나서 자고 먹고 떠나는 생활이  짜증이 났다.

 

나는 이러는데,  누구 때문은 아니지만 ,

 

이렇게 쓸쓸한데 ,

 

외로운데,

 

남편은 모르고,

 

그와 나는 밥을 먹고

 

상을 치우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아침에  글을 올리고  나서 눈물이 나더라니까.

 

나, 잘 안울잖아,  그런데 그 동안 힘들었나봐, " 하며 돌아보는데

 

그 사람이 없다.

 

"으 없잖아 !  안 듣고  ...

 

" 응 듣고 있었어," 화장실 쪽에서 남편이 뭘 만지는지  하면서 대꾸를 하고 있다.

 

아들이 컴퓨터를 하면서  웃는다.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다.

 

할말을 하고 산다.

 

식탁에서 아, 우리 술 한잔 할까. 했다.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나로서 준비된 것이 없다.

 

녹차ㅡ한잔 할까.

 

하다가 

 

우리는 대하 봉지를 들고  가깝게 사는 이에게

 

줄려고 길을 나섰다.

 

그러면서 서로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한다.

 

작은 위로라도 하면서  마음이 편해 진다.

 

자꾸 우울해지면 마음이 가라 앉고 옛날에

 

섭섭한 기억들이  떠오르고, 같이 있었으면  많이

 

싸웠을거야.

 

이럴땐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친구도 만나고 바람도 쐬고 하니까.

 

밤바람이 차가워 지며,  우리는 산책로를 돌아

 

집으로 왔다.

 

아!  오늘은 나 좀 봐줘,  아프니까,  길게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한 며칠  아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