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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 [3]


BY 장미정 2003-11-14

 

15분 정도 걸려 택시가 방배동 카페골목에 도착했다.

내린 우리 셋 사람은 체인점 호프집을 들어갔다.

그리고는 맥주 세병과 안주를 시켰다.

그런데 말이다.

말문을 남편이 먼저 틀줄 알았다.

미야라는 년이였다.

"넌 정말 웃긴다. 주부라는 여자가 그런데 다니니?

안그래도 영호한테 듣고 아무래도 의심이 되더라."

 

의심?

뭘 듣고 뭘 의심 했다는거야 도대체!!!

"현이 아빠가 뭐라고 하던데요?"

난 비꼬는 말투로 말을 던졌다.

그리고, 아주 매섭게 째려봤다

 

그런데, 순간 놀랬다.

남편이 벌떡 일어나더니,

"이 년이 미쳤나. 어디 누나한테 말 대꾸해."

허참, 미치겠네.

저 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와이프를 앉혀 놓고 저 년 편을 들어?

 

"그래 미쳤다. 니네 둘 도대체 뭐하는거야?

내가 뭘하고 이시간에 있든 저 여자가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미행을 할려면 너 혼자 하지?

저 여자는 왜 달고 다녀?"

"저 여자? 너 지금 누구한테 저 여자래?"

"그럼 형님이라고 부를까?

야 웃기는 소리 하지마. 니 엄마도 싫어한다. 저여자.

너 모르니? 왜 싫어하는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뚝막에 먼저 올라간더니...."

 

내 말에 남편을 맥주병을 잡을려고 설치고,

미야는 그런 남편을 말리고 있었다.

정말 웃겨....누가 보면 니네들이 부부인줄 알겄다.이것들아!!!

 

"그건 그렇고, 왜 거기 두 사람왔어?

나 미행했니?"

"그래...요 며칠 너 행동이 이상해서 오늘 일 안하고 왔다.

그런데,....술집을 다녀? 이 미친년이..."

"나참....야 술집이라고 다 술집이니...

난 죄 지은거 없구, 그냥 돈만 벌려고 갔을 뿐이야..."

 

그런데....그 순간 끼여든 미야.

"아무리 궁해도 그렇지 그런데를 다니는건...."

"웃기는 소리 하시네...그럼 이혼하시고 카페는 왜 차렸어요?

그건 술집아닌가? 원래 남의 똥은 구리고, 내 똥은 향기롭다지?"

내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남편은 욕을 해대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난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가 여기서 두 사람한테 죄인처럼 굴 이유 없어!!!

니네둘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니네들이나 잘해. 난 먹고 살려니 어쩔수 없다치자.

니네들은 왜 맨난 붙어서 술 쳐마시는데????

누군 입이 없어서 말 안하는줄 아나 이것들이!!!"

그리고선 남편의 후한이 두려워 거의 도망치다시피

그 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타박타박 걸어서 집까지 걸어갔다.

내가 지금 무슨 행동을 한건지....

잘못했다고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아마, 나 자신도 모르게

미야를 보는 순간 내 죄는 둘째치고

저 인간들이 왜 둘이 붙어 다니는지가 더 의심이 났나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에서 난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너무 힘든 밤이였기에............

 

그런데,

잠이 든지 2시간쯤 흘렀을까..........

남편이 들어왔다.

그리고, 뭐라고 혼자 술이 취해 지껄이고 있었다.

난 술 깨면 말할려고 입을 다물었고, 남편은 그런 나의 행동이 못마땅한지

누워 있는 나에게 배와 가슴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임신한 여자가 애가 떨어져도 이 정도로 아플까?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심한 고통이 왔다.

얼마나 맞았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리고, 아침 열시...

시동생이 날 깨운다.

"형수님...형...수...님"

난 반눈만 뜬채 몸을 일으킬수 없어 누운채로 시동생을 볼려고 노력했다.

"괜찮으세요?"

"아.....네...."

"학교 가야죠..."

몸을 일으킬려는 순간 퍽 쓰러졌다.

몸이 왜 이러지?

"형수님 오늘 일요일에요. 그건 그렇고, 어제 무슨일 있었어요?

새벽에 제가 안말렸으면 형수님 맞아 죽었어요..."

 

이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

내가 맞다니?

맞았다구?

그런데............

그런데............

왜 기억이 안나지?

이건 뭐야? 무슨 현상이야?

그리고, 애들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시동생말에 의하면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퍽퍽 하는 소리가 나서

깨보니, 안방에서 남편이 날 거의 동네 개 패듯이 때리고 있더라는거다.

그래서 뜯어 말렸더니, 나는 악을쓰고 울면서 도와 달라고 했다는거다.

겨우 남편을 진정 시켰더니,난 잠이 들었단다.

나참...그 맞는 와중에 잠이 들어?

이게 말이 되나?

그건 분명 기절이였다.

기절 할지경으로 맞은 거였다.

내가 기억 하는건, 남편이 들어와 뭐라고 말을 시키기에

오늘 술 취해서니깐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했는말이 끝인데,

내가 맞았다니....

내가 기억못할 뿐이지, 맞은건 확실했다.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누운 상태에서 혼자 일어날수가 없을 지경이니....

세상에 맞다가 맞다가 이젠

기절 할 정도로도 맞아 보는군.

저게 인간이야?

앞뒤 말도 안 들어보구 사람부터 패?

그래서 넌 항상 말보다 주먹이 우선이지?

넌 원래 그런 인간이였어.

다만, 내가 모르고 너라는 인간을 만난거구.

 

그렇게 한나절이 지났을까?

남편이 애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거의 얼굴이 팅팅 부어 알아볼수가 없을 정도니,

지 죄를 지가 알겠지.

 

말이 없다.

도대체 맞으면서 내가 뭐라고 했을까?

꼬치꼬치 깨물어야 되는데 말이없다.

들어오자마자, 애들옷을 갈아 입히는 남편.

그리고 한마디 던진다.

"내가 애들 데리고 전주 승환이네 집에 갔다 올테니,

푹 쉬고 있어..."

 

푹쉬어?

때려 놓고 푹 쉬어?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야?

난 친구집에를 왜 가냐구 묻지도 않았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맞았는지,

맞으면서도 무슨 말을 했는지가 기억이 안나니

이게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일어나보니,유치원에서 애들 데리고 와서

전주에 있는 친구집에 가는건 왜냐구?

미치겠네...

여하튼 난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내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전주 친구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야...승환씨..현이 엄마."

"아....잘 지내지?"

"응 그렇죠뭐. 현이 아빠 거기 갔지?"

"응 2시 버스로 갔어. 저녁늦게 도착할거야.?"

"그런데....현이 아빠가 뭐라 안그래?"

"그게......"

"말해봐....뭔데?"

"진짜 기억안나?"

"뭘?"

"영호가.....무섭대..."

"무서워?  하긴...날 그렇게 때려놓고 후한이 두렵겠지.

몇날 몇일 바가지 긁힐 생각하니.."

"그게 아니구....영호가 자주 그랬어?"

"후후....부부쌈을 친구한테 말 해? 늘 그렇지뭐...

사실 주먹질은 자주해. 알지? 신혼초에 승환씨 총각때 우리집 새벽 4시에 와서

승환씨 밥 차려줘라 했는데, 왜 허구언날 사람 데리고 와서 재우냐고 했다구

그 자리에서 배부른 나를 뺨 때리고 걷어 차는거...그래서 승환씨 놀래서

됐다면서 한참 되는 거리를 걸어서 집에 갔다며?"

 

"그랬지...그렇다고 늘 그런지는 몰랐지.

영호가 널 때리다가 니가 잠들었는데, 원석이 전화를 받았나봐.

니가 전혀 기억을 못한다구. 그 난리 법석을....

첨엔 거짓말을 하는줄 알았는데, 원석이 말 들어보니 그렇지 않더라구..

병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병원은 무슨...."

"그런데, 왜 그런델 다녔어?"

 

이게 뭐야?

이 미친새끼가 가정사를 시시콜콜 친구한테 다 했단 말야.

정신 나간 새끼 아니야?

기집애도 아니고, 입은 어찌나 싼지 원...

순간 쪽팔렸다.

이건 분명 아니다.

집안일은 집안에서 마무리해야지.

밖으로 새어 나가는 순간 쪽박이 되는건데....

이 인간이 나랑 안살려고 작정을 했구만...

난 얼래벌래 전화를 끊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무남독녀 외동딸.

유일한 자식이라고 나 하나밖에 없어서 인지.

기뻐서 전화해도 가슴이 덜컥.

안좋은일 있어서 전화해도 가슴이 덜컥하는 엄마.

 

난 순간 머리가 복잡했다.

안그래도 거의 누워서 생활하다시피 할 정도로 아픈것도 서러운데,

친구한테 시시콜콜 얘기 다하구 내가 순간 기억을 잃어서 무섭다구?

지랄염병을 하네...

엄마한테 앞뒤 설명을 다 했더니,

갑자기 흥분을 시작했다.

"강서방이 또 손찌검했어? 너 왜그러니 사냐?

여하튼 너두 너다...내가 손찌검하는 놈은 바람피는 놈보다 더하다고 했지?

손찌검 하는 놈은 관속으로 들어갈때 까지 한단다.

그래 지금 머리를 괜찮구?"

"몰라...만져보니...물컹물컹 해....나 아무것도 안하구 화장실만 겨우 기어다녀"

"기어다녀? 그 정도야? 이 미친것아...왜 진작 전화 안했냐...

미련 곰탱이 마냥 참고 있냐구....

내가 지금 당장 올라 갈테니...있어..

아니다. 너 지금 짐싸서 어디 갈때 없냐?

너 그러다가 그 인간손에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

친구 집이나 도피해 있어...엄마 갈때 까지...

도저히 이번엔 못넘어간다.

내가 신혼초에 너의 밥상 다리 부순것 부터 알아 봤다.

내가 현이 낳고 헤어지라고 했지?

왜 두놈 낳을동안 그러고 사냐? 이 바보같은 것아...."

 

엄마는 말하면서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엄마..........

왜 바보같이 살아겠어...

다 자식 때문이지...

내가 없어지면 우리 애들은 어쩌라구

천하 고아가 되는건데.......

난 내 자식이 그러는거 정말 싫어.

누가 그런말을 한것 같다.

맞고 사는 여자는 이골이 나서

나중엔 안맞으면 더 이상하다구..

그런가?

안맞으면 이상 할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 욕이란 욕은 다하구 폭악한 남편이 너무나 다정하면

저 인간 왜저래? 죽을때 됐나 싶을 땐 있었지.

그냥 내가 참고 살면 되겠지 싶었다.

사실, 나두 성질이 더러워졌다.

성격이 밝은 방면에 온순한편이란 소리 많이 들었는데,

늘 듣는게 욕이고 늘 맞다보니,

대들게도 되구 같이 퍼붓고 던지기도 했다.

잠자는 호랑이를 건든것 처럼

나의 숨어 있던 무서운 내력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니란다.

여자는 그렇게 사는게 아니란다.

요즘은 참는것 만이 미덕이 아니란다.

7년동안 시댁 식구들한테 치여 사는것도,

집안의 머슴마냥 무식할 정도로 일 해내는 것도 미련하단다.

21살에 시집을 간것도 가슴이 아픈데,

가자마자 못하는것 없이 잘 해내는게 기특했다만,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날 부려먹는 사돈식구들이 싫었단다.

하긴....시어머님이 계를 부페에서 안하구

혼자가 15명이 넘는 어른들을 집에서 다치르고, 하루 꼬박을 앓아누웠으니...

그걸 본 어르신 들이 기특하다며 주고 간 용돈만 20만원...

난 무언가를 해놓고 칭찬을 받는걸 좋아했다.

시 아주버님이 내가 닮근 김치가 제일 맛있다는 말 한다디에

오실때 마다 김치를 몇포기씩 더 담아서 주곤 했다.

칭찬 받으면 더 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여자였다.

그래서 주위에선 일복이 터졌다고 한다.

이렇게 단순한 날 남편은 요리 할 줄 몰랐다.

조금만 칭찬 해주면 뭐든 해내는 여자를....

그건 너무 당연한거야.

니가 맏며느리로서 하느거야.

그걸 가지구 뭘 그러냐  언제나 그런 식이였다.

 

엄마는 그 인간이 내가 없어져봐야 소중한걸 안단다.

니가 요즘 애들 같이 않게 시댁에 얼마나 잘하는지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걸

알아야 한단다.

 

그래서, 난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박스로 두개.

미용실 언니네 가게에 박스를 맡기고

시어머님이 잠깐 나간 사이에 난 신길동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이차저차 설명을 했더니,

이혼하고 애들 둘이랑 사는 자기 언니 집에서 당분간 지내란다.

그리고, 마지막 으로 하는말...

"이 바보같은 년아......."

어디를 가든 다 나보고 바보란다.

정말 바보같이 살았나?

에구 모르겠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니깐...

친구나 택시를 불러타고 날 데리러 왔다.

이렇게 달려 와주는 친구가 있다니...

이뿐 내 친구뇬....

그래서 난 친구랑 신길동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했다.

엄마는 내일 오전에 서울에 오신단다.

벌써 봉천동에 사는 이모한테 다 말했는지..

이모가 울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셨다.

내일 엄마랑 이모집에 오라면서....

 

친구랑 친구 언니는 나의 몰골을 보더니,

놀래고 만다.

안 아프냐며.......

몰라....욱씬 거리긴 해도 그냥 그래...

하고 쉽게 생각하는 날 보더니, 친구가 울고 만다.

 

어휴.........

내일은 또 어떤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제발..............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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