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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이벤트]유리 한조각도 자원이었던 그때 그시절...


BY 리 본 2003-11-13

전후세대인 나는 초등학교 무렵까지 전쟁의 상흔을 여기 저기서 보고 자랐다.
수도권역에서 성장한 나는 도시와 시골의 문화를 골고루 익히며
내인생의 밑거름이 될 만한 많은 경험들을 체험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내가 어린시절엔 고철 탐지기를 가지고 다니며
여기 저기 열심히 땅을 뒤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땅에 떨어진 담배 꽁초를 열심히 줏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른들께 그 용도를 물으니
담배에 붙어 있는 필터를 모아서 베게속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몇년전 아이엠에프때 한창 유행하던 재활용 리싸이클링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유리조각을 모아서 강냉이를 바꿔 먹던 추억이다.
초등학교 입학이전이니 아마도 60대 이전일 것이리라.
지금 영업용 케찹 깡통만한 크기의 깡통에다가 유리조각을 주워서
강냉이 장수에게 바꾸면 양은 양푼 그득하게 강냉이를 바꿀수 있었다.
주전부리를 주리고 살지 않았었는데(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가게를 했었다)
밭도랑을 누비며 유리조각을 모으는 재미로 강냉이를 바꿔 먹었던 것 같다.

세월이 조금 흘러 초등학교 삼사학년 무렵에 동네에 아이스케키공장이 생겼다.
여름방학이면 아이스께끼통을 둘러멘 아이들이 출현했다.
칠성사이다병을 주면 아이스께끼를 7개을 주었다.
칠성사이다병이 현금과 같이 치던 시절이었다.
모든게 귀했던 시절, 유리조각하나도 자원이었던 시절...
동동구리므와 구리세린으로 거북이등짝처럼 쩍쩍 갈라진 손등을 달래던 시절...
얼음이 박힌 둥둥 부은손을 금방 생산한 소똥에 담구고 있으면 얼음이 빠진다고
전해오는 민간요법이 통하던 시절...
입도 꽁꽁 얼어 붙는 강추위에
한번 넘어지면 여지없이 뻥 뚫리던 고리땡 바지와
질기기가 고래심줄보다 더한 생나이롱 양발을 신고
논두런 밭두렁을 천둥벌거숭이처럼 기갈이 나게 뛰어다니던 시절..
지금 21세기에 먹거리 입을것 풍족하고 편리함에 익숙하게 살고 있어도
어렵고 힘든 옛날고 돌아 가고 싶은건
까마귀도 죽을때는 북쪽 가지에 앉는다는
고향에 대한 가득한 연민과 그리움이랄까?
연어의 모천회귀 본능이 부지부식간에 숨어 있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 머리엔 서리가 하나둘씩 내려도
이미 너무도 낯설게 개발에 바람에 변해버린 고향이지만
그리움과 기억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내가슴에 남아 있다.

우리집 올라가는 묵정밭에 우산처럼 많이 피었던 머위잎들..
비가오는 날엔 커다란 머위잎을 따서 머리에 쓰고 날궂이를 했었지...

유리 한조각도 자원이던 시절...
많이 부족하고 불편한 시절이였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