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오늘아침은 맑고 시린 아침햇살이 대지에 가득하다
밤근무를 마치고 피로에 지친 다리에 의지하여 집으로 향한다
흠.......
어쩌나......
집열쇠가 없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출근한 동생에게 전화를 하고 택시를 타러 큰도로로 나간다
약하기만한 바람에도 노란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초록으로 한껏 콧대세울때와 노랗게 겸손으로 물들어야
할때를 아는 저 자연의 한자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문득 내 자신이 참으로 초라해짐을 느낀다
내 얼굴을 보는 동생은 피식 웃는다
얼른 들어가서 자라고 말한다
늘 그렇지만 동생은 날 부끄럽게 한다
내가 힘들때 나의 나무가 되어주는 고마운 동생....
집으로 돌아와 우습게도 국수가 먹고싶어
냉동실에서 다시마와 멸치를 꺼낸다
냄비에 물을 받고 다시마와 멸치를 둥둥 띄운다
좀있다가 끓여서 맛난 다시물을 내야지....
맘이 허한 모양이다
냉장고를 열고
소주를 한병 꺼낸다
빈속에 한잔......
싸아하니 속이 아린다
눈물이 떼구르르.....
사는게 참으로 멋대로, 맘대로 안되는구나
내 생각대로 흐르지 않는 삶이지만
나는 살아가는게 눈물겹도록 좋고 감사한데....
너는 아닌가보다
오늘도 그래....
온다던 너는 그 자리에서 다른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하려고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알기 싫은 사실들을 알아버렸을때...
전에도 나는 슬펐지만, 지금도 그것은 면역이 되지 않는지
아프기만 하구나...
예견되었던, 이미 내가 알고 있는대로
널 보내야한다는걸 난 알겠다
그래........
넌 가야할 사람이고....
난 이렇게 살아갈 사람이란걸 알고 있다
이미 예전에 너에게 안녕을 고했는데
무어가 더 아쉬울까
한번의, 두번의, 세번의 이별이 무어가 다를까
이제는 널 보내려고 준비한다
이 겨울에,
지나간 겨울에 겪었던 아픔들을 다시금 돌아보아야할까보다
그때는
당연히 보내야 할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잡고 싶지만
그러지 않을꺼란걸 나는 알고 있단다
그래....
널 보내려구 한다
그냥 그렇게 널 보낼께...
너는 가야할 사람이란걸 만날때부터 알아버린 내가
이적지까지 널 데리고 온 이유는....
아마도 나의 이기심 때문이겠지
몰래 몰래 너의 모습을 훔쳐보는 일은 언제까지 할까...
그러지 말아야지
날 위해서...
비참한 날 위해서 말이야
나는 널 보내야함을 알고 있다
그래....
이제 그만 내 이기심에 널 가두는 일을 그만하련다
아파도 내 몫으로 받아들일께...
널 만나 행복했고,
사는게 감사했다
이제 그만 너는 너 자리로,
내가 울더라도 뒤돌아보지 말고 그렇게 가주길 바래
뒤돌아보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