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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머리를 묶는 여자!


BY 영시미 2003-11-11


아침이면.. 나는...
늘 머리를 묶는다. 스프레이를 해서
여러번 빗질을 하고 흐트러짐이 없나 거울앞에서
이쪽 저쪽을 살피면서..
그리고 단단한 고무줄로 꼭 세번을 돌려 묶는다.
행여 잔머리 한톨 흐를세라
젤을 펌핑해서 양손에 비벼 머리 전체에
딱딱하게 발라 마무리를 한다.
하루도 변함없이...

우스울지 모르나..
어쩌면 내겐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같은 것..
내 안에 나를 가두기 위한 표면적인 한 방편이다.
여린 심성을 남에게 들키기 싫은 내 나름의
바이케이트라고나 할까?

그리고 스스로 씩씩하라 자기 최면을 걸어댄다.
Be strong! Be strong!

스무해가 훌쩍 넘은 결혼생활.
공부하는 남편을 둔 아내로서 힘든 세월도 오래였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일과..
또 번족한 시집식구들과의 관계에서의 맏이의 역활.
어쩌면.. 숨돌릴 틈없이 지내 온 세월..

이제사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것 같다.

늘 폭발하기 직전의 휴화산처럼 꿈틀거리며
내 안에 잠재 되어있던 불덩이를
이제사 새삼스럽게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타오르려는 불꽃에 젖은 모포를 덮어 씌워 잠재우 듯
그렇게 가슴 속의 불덩어리를 잠재우기 위해
나는 매일을.. 내 자아에 물을 적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스며드는 것들..
때론 느슨해져 무방비 상태일 때 내 안으로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들이다.

감성이라는 것!
어디로 부터인지 언제서 부터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 젖어들 듯 슬그머니 스며들어
내 안에 큰 터를 닦아 놓았다.
그것은 마치 젖은 무명실마냥 더욱 더 질겨
아무리 잡아 당겨도 끊어지질 않는다.
끄집어 내어 던질 수 없으니..
포기해 버려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한다.

흐트러짐을 용납할 수 없는 자아와
끝없이 용솟음치는 또 다른 나의 자아와의 싸움!

내 안은 그렇게 늘 시끄럽다.

어느 것이 이길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아직 결과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일도 또 그렇게 머리를 빗질하고
단단한 고무줄로 꼭 세번을 여물게 묶고..
젤을 딱딱하게 바르며.. 나를 내 안에 가둘 것이다
변함없이...

그리고 내 안에서 마음껏 자유로울 것이다.


            흐린 오후 ㅇㅅ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