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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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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BY 土心 2003-10-31

오 규원 시인의 시 한 편을 옮깁니다.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씨앗은 씨방에

넣어 보관하고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바람은

잔디 위에 내려 놓고

밤에 볼 꿈은

새벽 두시쯤에 놓아 두고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일이다

 

가을은 가을 텃밭에

묻어 놓고

구름은 말려서

하늘 높이 올려 놓고

몇 송이 코스모스를

길가에 계속 피게 해놓고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다가오는 겨울이

섭섭하지 않도록

하루 한 걸음씩 하루 한 걸음씩

마중가는 일이다

 

 

파고 드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날이 그 날인 것 같아도 어제와 오늘은 정녕 다르다고  가르치나 봅니다.

오늘 난 이곳에서 가을 단풍 만큼이나 풍성하고 찬연한

님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눈 부시도록 보았습니다.

절대로 가는 계절 배웅 않는 무경우도 용납 않거니와

오는 계절 마중 않는 무례함도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는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감성들을 예서 만났습니다.

진정 가슴 똑똑한 여인네들이 여기 다 모인 듯 합니다.

이 만남 자체가  부족함을 아는 내게는 설레는 행복입니다.

그리고 이 행복한 인연을 맺은 계미년 시월이

내겐 또 하나 소중한 사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님들 춥습니다.

따뜻하게 옷깃 여미고, 겨울 마중 함께 나가 보십시다.

 

시인의 고운 시를 올려 놓고는 군더더기를 붙여 흠집을 냈나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