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규원 시인의 시 한 편을 옮깁니다.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씨앗은 씨방에
넣어 보관하고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바람은
잔디 위에 내려 놓고
밤에 볼 꿈은
새벽 두시쯤에 놓아 두고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일이다
가을은 가을 텃밭에
묻어 놓고
구름은 말려서
하늘 높이 올려 놓고
몇 송이 코스모스를
길가에 계속 피게 해놓고
그 다음 오늘이 할 일은
다가오는 겨울이
섭섭하지 않도록
하루 한 걸음씩 하루 한 걸음씩
마중가는 일이다
파고 드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날이 그 날인 것 같아도 어제와 오늘은 정녕 다르다고 가르치나 봅니다.
오늘 난 이곳에서 가을 단풍 만큼이나 풍성하고 찬연한
님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눈 부시도록 보았습니다.
절대로 가는 계절 배웅 않는 무경우도 용납 않거니와
오는 계절 마중 않는 무례함도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는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감성들을 예서 만났습니다.
진정 가슴 똑똑한 여인네들이 여기 다 모인 듯 합니다.
이 만남 자체가 부족함을 아는 내게는 설레는 행복입니다.
그리고 이 행복한 인연을 맺은 계미년 시월이
내겐 또 하나 소중한 사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님들 춥습니다.
따뜻하게 옷깃 여미고, 겨울 마중 함께 나가 보십시다.
시인의 고운 시를 올려 놓고는 군더더기를 붙여 흠집을 냈나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