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TV에 귀 기우리자니
요즈음 살기가 어려워 져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생계형 범죄'란 것이 기저귀, 우유, 쌀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가 먹고 살기 위해 저지르는 것이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움츠러들수록 세상 사는 재미도 없어지기 마련일텐데
먹고 사는 기본적인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찌 산 목숨이라 하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세상 인심이 험악해졌다고 할지라도
남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범죄가 행해지고 있는 현실은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할 것인지
하루하루 신문 사회면을 장식해 가는 사건들 읽기가 겁이 날 정도이다.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나와는 동 떨어진 먼 동네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내심 정말 인간의 탈을 쓰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혀를 차곤 했다.
며칠 전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난 어릴 적 옆 집 살던 소꿉친구로부터
그녀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난 기 막힌 얘길 들으면서
그건 결코 먼 이웃의 이야기만은 아니란 걸 깨닫고 소름이 확 돋았었다.
우체국에 근무하는 그녀는 사건 당일이 월말이라서 퇴근이 좀 늦었단다.
귀가를 서두르느라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을 택했다.
아파트 단지인 그녀의 집 가까이엔 공터가 있는데 막 그 곳을 지나려는 찰라,
갑자기 뒤통수가 따끔함과 동시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지더란다.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본능적으로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더니
서너명의 장정들이 더 이상 소릴 못 지르게 입을 발로 짓이기더란다.
'아, 이렇게 죽는가 보다'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어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안간힘을 쓰는데
그들은 손에 든 핸드백을 빼앗으려고 나꿔채다 손잡이가 손목에 거는 거라서 잘 빠지질 않자 인정사정없이 쇠파이프로 어깨를 연거푸 내리쳤다고 한다.
"어떻게든 집에까지만 당도하면 누군가가 나를 살려 내겠지 싶어
거의 기다싶이 있는 힘껏 집을 향해 가는 도중 천만다행이도 방범을 만났지 뭐니..."
"난 기억이 없는데, 피를 질질 흘리면서 우리집 홋수를 말해 주고 기절해 버렸대.
아마 아파트에서 누군가가 그 꼴을 봤더라면
무슨 여자가 이런 시간에 술이 취해 저리도 비틀거리나 했을게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간호사 말이 아줌만 정말 운이 좋았다는거야.
정말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꼴이었을테니 다 죽은 줄 알았던 거지.
그래서 그 때 다친 이빨을 몽땅 새로 해야만 했어.
삼개월을 병원에서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지 뭐...
그 때가 IMF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않아서였지..."
핸드백 안에 돈은 삼십여만원 밖에 없었는데 돈은 잃어버려도 좋으나
중요한 서류들이 들어있어 꼭 찾아야만 했는데
두어달 뒤 공사장에 버려져있는 걸 찾게 되고 뒤늦게 범인들도 잡혔단다.
그런 수법으로 여러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수사과정에서 친구의 건까지 자백했다고 한다.
친구는 그 사건 이후 온몸이 고장 난 상태란다.
어깨도 결리고 기억력도 완전히 감퇴되고 손가락도 저리고...
용돈 마련을 위해 사람까지 죽일 뻔한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양심도 생각도 없는 범인들.
도대체 누가 그들을 그렇게 악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세상이 왜 이렇게 험악하게 변해버렸단 말인가...
정치인 누구누구는 몇 백억원의 뭉칫돈이 드러나 조사를 하느니 하는데
당장 먹을 쌀이 없어 끼니를 걸러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불공평한 현실.
하늘은 저리도 맑고 푸르기만 한데
하늘 아래 인간들의 삶은 어찌 그리 사연도 많은지...
온누리를 따사롭게 비춰주는 이 가을 햇살처럼
우리네 인간사도 모두들 밝은 일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더 이상 뉴스거리가 없어 정말 고민이라고
기자들이 쩔쩔 매는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다.
신문 마다 뉴스마다 '오늘의 해피니우스~'란이 제 일면으로 부각되기를
제발 그런 날이 꼭 오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