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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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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주꾸미 되다.


BY 모퉁이 2003-10-29

서둘러 찾아온 겨울바람이 자꾸 옷깃을 잡아당기던 어제같은 날은

무를 쭈삣하게 삐져넣고 끓인 동태국이 제 맛 나는 날인데

입맛은 예전 입맛이라 엄마가 끓여주던 동태국 맛을 생각하믄서

동네 입구 한쪽에 자동차상회를 여는 생선차로 갔다.

나같은 사람 많았던지 내가 한 발 늦었다.

동태는 동이나고 낙지 한코가 떨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걸 팔고나면 아저씨는 자동차 상회 문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셔도 되겠다.

매운 낙지볶음에 연하게 무친 콩나물을 넣어 비벼 먹으면 쌀쌀한 날씨에

코에 땀방울 몇방울 찍어 내기에 모자라지 않을 듯 싶었다.

무치고 남은 콩나물 맑게 끓여내면 매운 혓바닥 조절에도 괜찮겠지?

징그럽게도 큰 낙지 한코를 떨이로 싸게 준다는 말에 속는 말인줄 알지만

비닐봉지 바람결에 수숫잎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나를 따라온다.

번개불에 콩튀기듯이 간단하게 준비완료한 저녁상.

낙지를 꼬들하게 볶을 양으로 물은 일부러 넣지 않았다.

달달 볶아지기 시작하면서 귀신 곡할 노릇이 벌어진다.

우리집 냄비는 샘이 솟는가.

자꾸 국물이 불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애당초 하고자 했던 요리는 볶음인데 완성된 요리는 국이 되어 버렸다.

그 굵어서 징그럽기 까지 했던 낙지는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주꾸미가 되어있었고

그래서 우리 식구는 낙지볶음 대신 주꾸미국을 먹어야 하는 저녁이 되었다.

이 낙지도 혹시 물먹인 낙지..?

물먹인 한우소리는 들었어도 물먹인 낙지는 못 들어봤는데...

냉동이라 그런가.그래도 그렇지.

꼭 드라이 해야 되는 옷을 물세탁 하여 줄어든 바지처럼

어쩜 저렇게 쪼그라 들었단 말인고.

낙지를 볶으면 주꾸미처럼 줄어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