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중간고사 끝났다고 일찍 돌아온 어제.
찜질방 50% 할인권 두장을 가지고 새로 생긴 찜질방으로
휴식차 몸 지지러 갔었다.
샤워부터 하고저 욕탕에 들어갔는데
내 앞에 앉은 여자가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옆통로의
밤낮없이 피아노치고 노래부르는 여자다.
서로 대면하며 인사나누는 사이 좋은 관계가 아니기도 했지만
벌거벗은 몸으로 굳이 가서 아는체 할 필요도 없었다.
차라리 마주치지 않기를 바랬다.
물을 끼얹고 있는데 욕탕에 있던 꼬마가 텀벙대는 바람에
마침 앞에 있던 그 여자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
여자는 꼬마를 타이르고 있었다.
음..그렇지,공중도덕심을 가르쳐 주는구나.
아무렴,아이고 어른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면 안되지.
다음은 각자 몸을 씻느라 서로의 몸구경(?)은 하지도 못한채
나는 옷을 갈아입고 찜질방으로 가서 두어시간 땀을 빼고 집에 오니
저녁시간이라 급하게 밥을 해서 먹고 나니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연신 갈증이 났다.물을 마시고
우유를 마셔도 그때뿐,배만 부르고 갈증은 그대로였다.
낮에 찜질방에서 어떤 아줌마가 갈증해소로 맥주가 좋다고 하는 소리가
생각나서 작은 병의 맥주를 한컵 따랐다.
우습게도 술 마시는 사람 이해를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맥주를 따르니 남자가 허허 웃는다.
갈증은 어느정도 해소가 된 듯 하나 이번엔 잠이 온다.
젊은이는 초저녁일테지만 나는 잘 시간인 10시 쯤 된 것 같았다.
방에 들어오니,으아~~낭랑한 목소리에 우렁찬 피아노소리가 들린다.
몇일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이었다.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방음점수 별로다.
거기다가 그 집 피아노 방이랑 내 잠 자는 방이 붙어 있는 것 같다.
술김에 나는 삼 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폰을 들었다.
두 가지 중에 하나만 해도소음일 시간에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대니 이거야 원...
밖을 내다보니 경비 아저씨께서 다녀가시는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러나 피아노 소리와 노래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옷을 챙겨 입을 순서인가 보다.
겉옷을 걸치는 내게 남편이 거든다.
관리실을 통했으니 잠시 기다려보자고...
잠시 후에 피아노 소리와 노래소리가 멈추었다.
휴식시간인지,인터폰 들었던 효과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낮에 목욕탕에서 그 여자가 꼬마를 나무라는 모습만 보지 않았더라도
나는 인터폰을 들지 않았을지 모른다.
내가 남에게 주는 피해는 생각지도 못하고
남이 내게 주는 조그만 피해에는 참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 모습이긴 하다.
나 역시 이런 모습의 범주에 속하는 일 더러 하며 살겠지만
이웃에 살면서 이런 일로 얼굴 붉히며 살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글을 두 번이나 올리게 되어 나도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