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일산인 나와 직장이 멀고도 먼 강남 아셈빌딩으로 부지런떠는
울 남자 덕에 나와 내 딸 그리고 울 남잔 늘 날씬 가족으로 불렸다..
작년 스키장에서 모임이 있었을때도 레크레이션 시간에 사회자는
우리가족을 그렇게 불렀었다..
'' 자.. 다음은 .. 저기 날씬이 가족인데요..''
멀다는 이유로 자주 찾지 않게 되던 그곳을 볼거리가 많다는 이유로
어쩌다 종종 들려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어치우고 주차장으로 막
들어설때 반대편에서 거꾸로 우리와 반대로 막 올라서는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그들은 에스칼레이터를 이용하고 있었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였었고..
습관적으로 옆으로 시선을 옮기며 무심하게 여자와 남자를 마주하다
남자와 여자의 조심스런 입맞춤을 몰래 보게 되었다..
분명 내가 훔쳐 본것은 아닌데 어쩐지 날 바라다 보는 남자와 여자한테
미안해졌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저만치 멀리서
울 남자의 무심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맘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연애할때도 늘 앞에서 누가 뒤쫓아 올것처럼 앞서서 걸어가는 미운
뒷모습땜에 많이 싸우기도 했었는데 이젠 다 포기하고 미련두지 말자고
버릴것 버리는 심정으로 그렇게 관뒀는데 그 남자 그 여자의 조용한
입맞춤이 날 초라하고 서운하게 만들었었다..
딸아이가 생기고 유모차에 태워서 일산에 살면서 잘났다는 호수공원에
산책을 갈때도 유모차를 밀던지 아님 또 앞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날 우울하게 했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맘 한구석에서 쿵하고 떨어져 내리는 절망 비슷한 느낌이
참 싫었었다..
저만치서 다정하게 팔짱끼고 걸어 들어오는 내 또래 부부들을 보면서
난. 참 남자복도 없다고 속으로 뚱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던 적도 많았었다..
남들은 그런 날 보고 내가 먼저 나서서 팔짱도 끼고 입맞춤도 하라고
하지만 울 남잔 그런걸 쑥쓰럽고 낯설다고 싫어하니 나도 억지스런
행위를 강요하기도 싫고..
주차장에서 잠깐 멍청하게 서있는데..
'' 뭐해? ''
'' 아까 봤어? 그 남자 여자 입맞추고 손 잡고 가는거..''
'' 넌 그걸 언제 또 봤냐? 난 못봤어..넌 별걸 또 다 보고 그런다..''
아.. 이렇게도 감정코드가 다르다니..
이렇게 삭막한 감정으로 똘똘 뭉개진 울 남자가 갑자기 한심해지다가
울 남자랑 같이 살아내고 있는 이 삐딱한 내가 억울해졌다..
그 여잔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강에 둥둥 떠다니는 유람선을 보면서 자꾸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걸 울 남잔 이해를 못했다..
어쩌다 내가 가끔 아파서 울먹거릴때도 날 이해 못하듯이 말이다..
그때 그 남자의 감성을 잠깐이라도 훔쳐내 만져보고 싶은 유혹이
오늘도 날 자꾸 자극하고 있다..
만추가 나한테 덤으로 준 그리움 이라고 해야하나..
아님 뭐라고 해야할까..
알 필요는 없지만 자꾸 밀려나 버리는 내 맘이 아까워서 그리워졌던것
같기도 하고..
그때 그 남자처럼...
그때 그 여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