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이 열흘후래...
지나가는 소리로 들리는 그 말이 새삼 지난 이맘때를 생각나게 했다..
우리 딸은 고등학교를 인근 도시로 갔다.
딸아이가 원해서 보내긴 했어도 고등학교부터 내 보내면 이제 같이 지낼날이 얼마나 될 것인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도 도시로 갈 것이고 또 직장도 그리 될것이며
이내 시집 가버릴 것이 아닌가..
딸아이는 엄마를 떠나길 기다렸다는 듯 제 할일을 야무지게 했다.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자기 절제력을 발휘하면서 활달하게 유학생활을
잘 적응해 나갔다.
어느때는 부모를 떠나 너무 빨리 어른스러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보낸 3년...
길지도 또 짧지도 않았던 세월 속에 어느 덧 수능이 3일 남았을 때였다..
매년 수능일은 수요일이라 그 날은 일요일이었지..
한창 예민해진 아이의 맘도 다독거려 줄 요량으로
집으로 데리고 와서 불고기로 저녁도 맛있게 멕이고
월요일 새벽에 가라고 푹 재웠다.
새벽 6시..
흔들어 깨웠더니 머리 감는다고 들어간 딸아이를 뒤로 하고
아침밥을 준비 하는데
"쿠당탕.."
세면실에서 드려오는 소리가 왠지 심장을 멎게 했다..
안 떨어지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며 달려갔더니 아이는 세면실의 물기에
미끄러져서 넘어져 있었다.
"괜찮니?"
나의 걱정스런 목소리를 뒤로하고 머리를 닦으며 방으로 들어가던 딸아이
"머리가 너무 아퍼.."
털석 주저 앉으며 옆으로 스르르 넘어 가는 것이 아닌가..
눈동자는 벌써 흰동자로만 바뀌고 있어 나는 정신없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빰을 찰싹찰싹 때렸다.
아이의 아빠 그 소동에 놀라 뛰쳐 나오며
"119 불러, 119 불러" 소리만 외친다.
아이를 아빠에게 건네주고 수치침 바늘을 가져다 열 손가락을 찔러댔다.
그래도 피가 통하지않아 발가락까지 바늘로 찌르려는데 그제서야
" 엄마 .."
아이의 숨통이 트인다.
흐르는 눈물을 감출수 없이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공부하느라 고생만 하다가 수능 시험도 쳐 보지 못하고
병원 신세를 지는 게 아닌가 찰라의 순간에도 그 생각이 들었다
아득해지는 엄마의 목소리에 너무 무서웠다는 딸아이의 마음이
또 안쓰러워 눈물이 났었다.
인생의 진로가 결정 되어지는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는데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게 한 터라 내 마음 편치않아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손에 빈혈약을 쥐어주며 당부했다.
"마음 편히 가져, 잘 할 수 있을거야."
다른 이상이 있을까봐 마음 졸이며 보냈던 사흘은 정말
그 어느 시간보다 길었었다..
또 다시 수능 시험일이 다가왔구나..
별탈없이 시험을 잘 치러 원했던 대학,학과에 입학해서
대학생활을 멋지게 하는 딸아이가 오늘은 더욱 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