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손님께 받은 그놈의 팁이 문제 였다.
가을 바람이 제법 코끝에서 스산한데도 그날도
여전히 오후에는 가게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겨서
그집의 녹을 먹고 있는 종업원으로서 내심 신경이 쓰이고
주인언니가 뭐라 하는것도 아닌데 영낙없이 눈치가
보이는 것이었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집은 한우 곰탕전문점이라 날씨가 선선해지면
손님이 많을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다른 식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 일거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 싹싹치도 않은 내게 고맙게 잘드셨다면서
내 앞치마 호주머니에 만원짜리 두장을 쑥 집어 넣어 주시던
나이 드신 그 어르신께 감사해 하면서 가게에서 별미로
새로 개발한 메뉴인 갈비찜을 시식하기로 마음먹고
주방장 아저씨께 질좋고 양많게(??) 주문한 다음
화이트 골드를 (소주) 사이좋게 주인언니까지 포함해서
각자 한병씩 자기 앞에 두고 마시기 시작했다.
장사 하다보면 눈내리는 날도 있고 비도오고 화창한 춘삼월도
있으니 언니 너무 신경 쓰시지 말라며 앞서 같은 메뉴로
장사해본 선배로서(?) 혀에 발린 소리를 해가며
(사실은 진심 이었슴)
한창 분위기 무르 익는데 부부손님 한쌍이 들어 오셨다.
예전에(5년전) 호프겸 소주방을 할때우리집에 단골로 다니시던 유독
부부 금실이 좋으셨던 분들이라 나는 금새 그분들을 알아 봤는데
그분들은 담박에 나를 알아 보시지 못하고 어디서 봤더라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현재 내모양새가 그리 썩 좋은것만은
아니어서(남의집 종업원 으로 있다는게..) 나도 모르게
그부부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약간 고개를 떨구고 그냥
모른척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른 종업원이 그부부를 써빙하고 다시 우리 가계 식구들은
단합대회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한 삼십여분 시간이 흘렀을까... 부부 손님중 남자분이 화장실
가신다고 일어서다가 그만 나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예전의 우리 가게 상호를 들먹이며 혹시 그때 그사장님 아니시냐면서
너무도 반가워 하고 덩달아 그분 부인까지 나를 기어이 자기
식사 자리로 끌고 가서 식사와 술을 권하는 것이었다.
벌써 나는 소주 2병을 한시간여 만에 비운터라 기분은
상큼!생큼!알딸달 한데 이분들은 나때문에 **주를 주문해서
너무도 반갑다며 재회의 기쁨을 만끽 하자는 것이었다.
끝까지 뿌리치지 못하고 어영부영 손님 좌석에 합석하게 되고
**주 두병에 입가심 맥주에 색바랜 지난 이야기에
술좌석이 끝날때까지 맞아..맞아.. 손뼉을 쳐가며 나는
내본분도 잊은채 어이 없게도 그좌석을 끝까지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전에도 가끔씩 부부싸움이라도 했을땐 여지없이 우리가게에
들러 화해의술을 들이켰고 또한 내가 해결사 노릇을 했던터라
그다지 어려운 손님들도 아니고 현재 내가 일하는 가게도 마칠 시간이라
편희 앉아서 줄곧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얼마의 즐거운 시간이 지난후 그부부 손님들이 계산대 앞에
섰는데 남편분 되시는분이 계산후 나가시면서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힘내라는 말과 동시에 내엉덩이를 두번 가볍게
탁!탁! 치며 종종걸음 으로 나가시는 것이었다.
순간 내눈에선 불똥이 튀고 요즘 흔한말로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활화산 마냥 타오르는 것이었다.
주인언니를 비롯해서 그가계 식구들이 다 쳐다보는 앞에서
그런 치욕적인 모욕을(?) 당했다는게 너무도 화가나서
머리가 확 돌아 버릴것만 같았다.
물론 나도 기쁜 마음에 그부부손님과 합석을 해서
술좌석을 같이 했다는것도 문제 였지만 이가계 식구들이
그전에 내가 장사를 어떻게 했으면 손님이 저런 행동을 할까 하고
생각 할것만 같아서 자존심이 왕창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미 그 손님들은 가셨는데 도저히 내자신이 용납이 되질 않아
가계에 있는 맥주를 상그리 내다가 따먹고 그때부터
이 고주망태 철걸이 인사불성이 되어서 그 남자손님 죽인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퇴근도 하지 않고 소란을 피운 모양이었다.
겨우 주인언니랑 주방 이모가 얼르고 달래서 계단을 끌다시피해서
데리고 가계에서 내려 왔는데 이번엔 가계앞 사거리 분수대위에
큰大자로 누워서(내가 일하는 가계가 서울 명동쯤 이라 여기시면된다.)
"이리~♬ 오너라~ 내사랑아아아~♪ 숭구리 당당♬~에헤야~옹헤야~
으흐흑... 기쁘다 ♬ 구주 오셨네에에에에에에~~~~~~~~~~
♪일출봉에 해뜨거든♬ 날 불러주오~오~옹~오~옹~~~~~~~~~~
대한 독립 만만세!!! 와~ ♬이리 좋노오~ ♬와~ 이리 좋노오~~~♪
인적 어어~~없는 딸꾹 수덕사에 밤으은 깊은데에에~~~~~```
염불하는 여승의 외로운 그으응림임자아아~~~~~~~
이 나쁜놈! 데려와.. ** 놈!! 감히 내 자존심을 건들어?엉??~~~ 으흐흑흑...
당체 어떻게 손쓸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진 내모습에
가계 주방이모 혼비백산하고 주인언니 큰아들 (28살) 부르러
다시 가계로 뛰어 올라가고 큰아들 헐레벌떡 내려와 이런 인간 형성 않되고
덜떨어지고 추한 천연 기념물 女子 도 있다는 모습 생비디오로 현장에서
보여주고 그것도 성이 풀리지 않아 안경,핸드폰,가방 집어 던지고
주인 아들보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욕지거리하고 주인아들
거의 나를 들쳐 엎고 우리집 까지 가면서 장가갈 마음
싸악 사라지게 만들고 ( 이건 내생각 ㅎㅎ..)
주방이모 내가방 하고 소지품 챙겨서 뒤따라 온다고 고생하고
집에 다와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땡깡부리고
소리소리 지르니 그날따라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집에 있던
울남편 밖에 뭐가 이리 소란스러운가하고
빼꼼히 내다 본다는게 완전히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하고 따악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아
사정없이 말문이 막혀서 말도 못하고 나를 강제로 끌고 들어갈려고하니
내가 또다시 찻길로 막 뛰어드는통에 지나가던 택시들 깜짝 놀라 경적 울려대고
덩치 크고 자존심 강한 울 남편 얼굴에 먹칠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정신없는 마누라 끌고 들어온다고 비지땀 깨나 흘린 모양이었다.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고 힘으로 질질 끌고 집에 들어왔더니
남자들을 상그리 뭉쳐서 내가 욕지거리를 하면서 남편한테도
발로 차고 달라 들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이들 학교에 보내야지 하는 생각에 눈을 떴는데
나는 거실 한가운데 자고 있고 남편은 밤새 줄담배를 태웠는지
온통 집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이쪽방엔 양말 한쪽이 저쪽방엔
어제 먹은 안주를 확인 시켜놓고 웃도리는 주방한구석에
얌전히 개져 놓여있고 바지는 신발장쪽에 제멋데로 뒤집어져
던져져 있고 안경은 온데간데 없고....
어휴~ 도대체 전날밤에 내게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머리는 또 왜이리 띵하지? 팔꿈치는 어디서 벗겨진거야?
허벅지에 이 새파란 멍자국은 또 뭐야??????????????
믿기 어려 우시겠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날밤에 있었던
사건들이(?) 지금 까지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겁니다.
끝내 다음날 출근했다가 주방이모께 위의 사건들이 사실임을
전해 들었고 주인언니 주방이모 고개 절레절레 흔들고
속도 미식거리고 고개만 숙이면 울렁거려서 도저히
일을 할수가 없어서 다시 집에 돌아와서 시체되어 누워서 곰곰히 지난밤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도통 제 기억속에 한부분을 끄집어 낼수가
없어서 아직까지 남편 눈치만 보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ㅎㅎ
사건(?) 3일만에 말문을연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인 남편왈
"야! 너! 정신병자냐? 다른 사람들 한테 민폐 끼치지말고
오늘 당장 정신병원에 입원해라.. 알아 들었나?"
"........................................."
"........................................."
"........................ 꼴까악......"
(내 침넘어 가는 소리)
아컴! 여러 애독자 여러분..
그래도 나는 조금은 속이 후련하답니다.
내안에 감춰진 꼭꼭 숨은 위선과 나타나지 말아야 했을
염색체를 발견함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려서
통쾌하기도 하답니다.
지금은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고 아직까지 남편앞에선 완전히 꼬리내리고
있지만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곤란 하겠죠?)ㅎㅎ
그간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핑계로 쌓였던 분노를 이런식으로
표출해선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그래도 나는 그날밤 내기분에
취해서 남의눈 의식하지 않고 정신없이 마냥 행복 했던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 정말 남편 말대로 정신병원에 가야되는거 아닌가요?
혹.... 알콜성 치매 초기??
변명 같지만 이런 일은 처음 이었답니다.믿어~주~세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