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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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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내가 한일을 알려주마


BY frog 2003-10-19

뼈가 부러졌댔습니다.

그래서 장장 두달을 누워서 먹고 씻고 싸고까지 했더랬습니다.

겨우 일어나서 목발 집고 어기죽거리며 걸을 무렵에야 다른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병상련이라 그런지 장기입원환자라 그런지 눈에 띄는 환자는 모두 골절환자들이었구 양다리를 모두 부러뜨린 사람들이었지요.

거기다 퇴원을 했지만 몇달후면 제수술을 받아야 하는 대학생녀석 하나가 무료간병을 한다며 한 병실을 쓰던 양다리 아저씨들을 매일 찾아 왔더랬지요.

신경외과에는 이상하게도 그 아저씨들만 유독 따라다니던 오토바이 사고로 머리만 수술한 고딩이 있었구요.

또 진료실과 간호사실에 실습나온 학생들 중에 유독 그 고딩을 친동생처럼 돌봐주던 간호조무사가 하나 있었구요.

그사람들은 제가 1인실에 누워서 먹고 쌀 동안 안면이 있던 사이였고, 두달만에 햇빛을 본 제 얼굴이 꼭 불치병에 걸린 시한부생명 환자 같다면서  궁금해 하더군요.

 

제가 입원했던 병원 주변엔 집과 땅을 주택공사에 팔고 떠난 상태라 빈집과 관리가 안되는 포도밭이 있답니다.

화창한 여름날, 오갈데 없는 환자들 정말 불쌍하지 않습니까.

휠체어 타고 목발집고 갈곳이라곤 병원 주차장밖에...

의사는 운동을 많이 해야한다는데  병원안에서만 맴돌기란 참말로 답답하더군요.

 

이따금 드라마 촬영을 하는걸 구경하기도 하지만 하도 봐서 이젠 차승원도 지루해질 쯔음  포도가 익어가고 있더랬습니다.

포도밭은  병원주차장 옆에 있었고 주차장은 병원건물과 멀찍이 떨어져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는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주차장과 포도밭사이엔  수풀이 우거진 깊고도 넓은 비탈진 골이 있다는 겁니다.

 

매점에서 아이스께끼를 하나씩 사서 물고 있던 무료한 시간  대뜸, 

"포도 익는 냄새 되게 좋드라."

"야 ! 포도 따먹자 "

"우헤헤!!!  그럴까." 

" 누가 가?"  

"니가 가 , 임마"

 

대학생녀석은 망설임도 없이 구부러지지도  않는 발목(4급장애)을 갖고는 성큼성큼 포도밭으로 사라졌습니다.

밤이라 사람눈에 띄지도 않을테지만 포도가 보일리도 없어 휠체어를 탄 한 양다리가 망을 보러 따라갔습니다.

 

"어쩌지, 쟤 비탈길은 못 오르는데 포도밭에 갖히겠다."

"냅둬"

잠시후 두사람은 어쩌면 그리도 익다 만 것만 골라서 4송이를 따가지고 씩씩하게 오더군요.

서리한 과일은 안익어도 답디다.

 

 그주변 빈집엔 관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인 호두나무와  감나무 , 은행나무가 담너머로    탐스런 열매가 주정주렁 매달린 가지를 휘엉청 드리우고 있었더랬지요.

 

"저 감은 추석때나 되야 익을테지요?"

"추석도 지나야 될거에요."

"근데, 호두는 언제 따는 거에요" 

"그건 저도 몰라요."

 

포도도 다 시들어 버린 어느날이었죠.

주차장 관리 아저씨가 호두나무에 돌팔매질을 하고 있더군요.

 

'엇!!!  호두 익을 무렵인가부다.'

 

대학생녀석이 해질무렵 왔더군요. 무료간병하러.

 

집어던질 수 있는 모든 걸 다 던져 호두 일곱개를 땄습니다.

단단하게 여물지 않은 호두는 껍질깨기가 아주 쉽습니다.

호두를 까서는 저에게만 주더라구요.

"왜 나만 줘요?"

"뭔가 많이 먹여야 될 것처럼 생겨서요."

"아, 예~"

맛이요? 서리한 과일이 맛있다니깐요.

 

그후로 우리말고도 누군가가 얼마나 돌팔매질을 했는지 길바닥에 나뭇가지 부러진것들이 즐비하더니 그집주인이었던 사람이 나무를 베어가더라나 뽑아가더라나 합디다.

 

43살 먹은 아줌마가 받은 퇴원날을 며칠 남겨두고 둘이 미이라가 다된 포도밭으로 나갔더랬습니다.

그주변에 비닐포장을 치고 살며 고추를 키우는 노인네가 있었죠.

자리를 깔아 놓고 저녁밥을 들었는지 그릇들을 막 치우는 참이었습니다.

 

"저기서 고기 구워 먹었나보네. 냄새 안배고 기름 번들거리지 않아서 좋겠다."

"우리도 삼겹살 사다 구워 먹을까?"

"에이 아줌마, 고기만 있으면 뭐해요? 도구가 하나도 없는데"

 

이튿날 우린 대학생녀석을 시켜  석쇠와 바로타숯을 사다가 주차장 한구석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병실에 가서 얌전히 약을 먹고 잤을까요?

휠체어 밀고 목발을 집고 노래방에 간 얘기까지 하면 정형외과가 아니라 정신과병원에 입원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하실래요?

병원 생활 5개월만 해보세요.

 

추석이 지나고도 감은 익지 않았습니다. 올여름 날씨가 좀 그랬죠?

저는 추석이 지나고 며칠후 퇴원을 했구요.

양다리 아저씨들은 아직도 병원에 있구 한사람은 한쪽다리가 안붙어서 재수술을 했답니다.

아직도 얼마나 더있어야 할지 기약이 없는 양다리들은 날이 추워져서 이제 뭐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쌍화탕이라도 사가지고 문병가야 되겠군요.

 

참, 주차장 관리 아저씨는 제가 퇴원하기 며칠전 벌에 쏘여 쓰러져 그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뭐하다 그랬는지는 말 안해주데요.

 

그병원 이름은 말 안할래요.

환자 관리 소홀로 문닫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