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7

직업


BY 까치 2003-10-14

나는 본의  아닌 이유로 서른 여덟의 나이에 직장을 구하여 제2의 사회인의 삶을 살고 있다.

집에 10년 넘게 살림만 했다는 이유로 여러군데서 툇짜를 맞고 겨우겨우 어떤 사무실에 취직을 했는데, 그날부터 나의 눈물겨운 삶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꼭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나 자신에게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곱살짜리 막내를 아파트 옆에 있는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것부터 정말 힘들었는데, 아침에 눈도 못뜨는 놈을 억지로 깨워서 계속 밥을 내가 먹여(시간이 없는 관계로)서 등원 시켰다.

정말 극기 훈련이 따로 없었다.

이놈에게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빼앗고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마음은 너무나 두려 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하여 앉아 있으면 집에서 한가하게 커피 마시고 동네 아줌마들이랑 수다 떨던 옛날 생각에 또한번 가슴이 저려오는 것이다.

정말 내가 너무 유치하고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나에게 작은 행복을 가져다 주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시간인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가까이에 있는 행복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나는 시간들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퇴근하고 난후의 시간과 주말에는 정말 행복한 주부로 생활한다.

예전에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작은 일상속의 행복을 깨달아 항상 반복되는 일이기는 하나 나는 즐겁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을 음미하는 것도 좋고,  예전에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도 나의 따뜻한 손길을 받으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사회 생활을 통하여 사람을 더욱 이해하고 가까이에 있는 동반자의 고충도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나의 사고의 폭이 많이 확대 되었다고나 할까

오늘도 나는 사무실에서 이글을 쓰고 있다.

이곳에도 따뜻한 햇살이 포근히 내리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