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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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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고문하는법


BY 오동통 2003-10-09

나이를 먹을 만큼 먹다 못해

꺽어진 팔십에서 좀 모자란 나이에 울린 웨딩마치.

 

어쩜 남편에게 속았다면 속은것이 한두건이 아님다.

 

술은 두세잔이라며 사양하던 사람이 알고보니 두세병.

담배는 예전에 좀 피웠으나 끊었다더니 이틀에 한갑.

탁트인 쾌남인줄 알았더니 조선시대 사대부집 영감마님

마냥 남존여비 사상이 곳곳에서 묻어나옵니다.

 

솔직히 신문은 첫장에서 끝장까지

화장실에서 정독하는편이라서

인터넷 시사에만 밝은 저로선

그밖의 내용은 남편에게 뒤질수 밖에 없슴다.

 

한데 제가 이런 남편의 약점을 알았다는거

아닙니까?

어쩜 제 약점이기도 하지만---

 

우리부부 공통적으로 겉으로는 숫기가 있는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굉장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들임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키스신이나 침대신은

멀뚱멀뚱 보다가도 웃기는건

드라마에서 좀 닭살스러운(=애교스러운)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면 5분을 못견디고

채널을 바꾼다는 사실. ㅋㅋㅋ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긁적긁적 둘다 가만 있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원래 제성격은 아닙니다만

결혼하니까 없는 성격도 만들어야겠더라구요.

 

하루는 시험삼아 가까이서는 못하고

멀찌기 떨어져서 코맹맹이 소리로

남편을 불렀드랬죠.

 

여---보----옹!

여---보----오---옹!

여---보----야----!

 

우리신랑 난리 났슴다.

처음엔 "너, 왜그너냐? 무슨 상한음식 먹었드나"

하던 사람이 계속된 반복에

"그만해라, 그만해-라-이, 그만하라니깐"

그래도 끈질기게 계속했져.

 

어떻게 됐게요???

 

온몸을 긁적이며 담배와 성냥을 들고

배란다로 도망칩니다.

 

따라가서 마저할까 싶었지만

쥐도 고양이한테 코너에 몰리면 문다잖아여.

 

실실웃음을 흘리며

서부영화의 총잡이처럼

손끝에 후-욱 바람을 불며 돌아섰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