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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남자


BY 올리브 2003-08-06

 

 '' 난 그 남잘 만날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런생각 하면서 만나. ''

 

 '' 왜? ''

 

 '' 남의 남자니깐.. ''

 

드라마에서 여자가 또 다른 여자한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남의 남자. 그래서 남의 남자한테 허락받고 사는 여자가 있다는 건데..

그게 뭐 어떻다고..

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근데..

 

'' 야.. 저거 내용 뻔하다.. 말도 안되네.. ''

 

쇼파에서 다리 뻗고 같이 보던 내 남자가 일어서며 투덜댔다..

난 그러는 내 남자의 모양새가 맘에 들지 않아서 삐죽 입을 내밀고

 

'' 뭐가 말이 안되냐.. 맘에 안 들면 보지마. ''

 

남자랑 여자랑 정서가 저렇게도 어긋나냐.. 애고.. 무슨 교감이

이렇게 삐뚤어지냐..

 

난 속으로 내 남자한테 막 퍼부어대고 싶은걸 맘속에 구겨넣으면서

다시 여자가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시간제지만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나한테도 저런 비슷한

상황이 어쩌다 가끔은 주어지고 있었다.. 그게 여자일수도 있었고

남자일수도 있었다.. 근데 말도 안되는건 내 남자같은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붓는 무심할지도 모를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였다..

 

내 20대는 병원의 숨막히는 상황에서 감춰져 있었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래야 늘 어두운 사연과 맘 아파서 작아진

환자아님 환자들의 보호자 아님 늘 부딪히며 일해야 하는 바쁜

의료진들이 전부였고 그게 너무도 당연하게 내 삶에서 살고 있었다..

 

학생땐 그곳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이유도 없이 어렵고 두려웠고

졸업후엔 병원에서 발생하는 환경들땜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버겁고

그랬었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거기서 맘 옭아맸던 사람들.

 

거기서 내 동기는 같은 병원 의사와 결혼도 했고 학생때 실습후 주어진

환자 사례 발표땜에 계기가 되어 환자와 결혼도 했고 어쩌다 병원이

덤으로 주는 껄끄러움에서 인연을 만들고 그랬었다..

 

거기에 나도 있었고..

 

어쩌다 결혼전과 결혼후에도 발생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때도 남자와 여자는 늘 그렇게 부딪히며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여자의 대사땜에 어쩐지 맘 한구석에 숨어버렸던 비어진 가슴이

생각났다..

 

남의 남자. 내 남자. 남의 여자. 내 여자.

 

맞는 표현이고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이었지만 난 그 대사땜에

내 완성되지 못한 미련함으로 새벽내내 가슴이 허전했다..

 

아마도 ..

어쩌면..

 

내가 살면서 느껴야 되는 상상이 거기서 끝내야 한다는 절망 비슷한

판단땜에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빗소리가 너무도 또렷하게 크게 들릴땐 그 절망까지도

나한테 안긴 선물 같아서 부담스러웠다.

 

남의 남자가 내 남자와 무엇이 달랐을까..

 

기막힌 상상으로 어제의 답답함에서 빠져나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