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 pongo339
바람난 가족 / 센트럴6시네마
비가 지긋지긋하게도 왔다. 방안 가득 습기 때문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 시어머니는 남편이 죽자 15년만에 처음 동창생과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아들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내 인생은 내 식대로 살거야..라고 자유를 선언한다. 60 넘어 섹스의 쾌감을 알아버린 시어머니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할까? 영화는 자막을 올리지만 삶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된다.
며느리는 남편의 미적지근한 섹스에 이웃집 고딩을 넘본다. 당연히 발각되고, 남편에게 머릿채를 잡힌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무덤덤한 아내는 남편의 행동이 적반하장이다. 별거는 그 다음 수순일터. 이 정도면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이제는 사건도 아닌 하나의 흐름을 뿐이다. 애당초 이 영화는 제목 만으로 흥행점수를 따고 들어갔다. 광고용 멘트가 “아내에게 절대 보여줘서는 안될 영화” 웃기고 자빠진다. 이미 대한민국의 아내는 다 바람이 나 버렸는데….
이 영화는 볼품없지만 메시지는 강렬하다. 남자는 집나가 홀로서기 하는 여자를 찾아간다. 다시 시작하자고. 이미 여자는 고딩의 씨앗을 뱃속에 있다고 선언하고, ‘너는 아웃이야’라고 못박는다. 그 말을 들은 남편 왈….그래도 좋아,, 살아주기만 해줘.. 이제 선택의 주도권은 시시껍절한 남자에서 여자로 넘어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당당한 자기 주체 선언. 이제 남자는 바람피워도 당당한(?) 아내 앞에서 살아주기만 해도 황공무지해 하고 감읍해야 할 바퀴벌레가 된다. 고로 이 영화는 정비석의 ‘자유부인’ 이후 치열하게 진행되어온 여성해방사의 승리를 당당히 선언하는 걸작이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나무 사이로>의 엔딩을 떠올리게 하는 끝장면은 나를 웃음짓게 한다. 아마도 둘은 다시 살림을 합치고 티격거리며 불루하고 그로테스크한 삶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