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저녁잠이 많은 나는 하루의 뉴스 집합시간인
9시를 간신히 넘기고 10시가 되면 거의 죽음에 가깝다.
그래서 남들 즐겨 보는 미니시리즈나 기타 드라마를 잘 못본다.
그 공포의 10시를 지나면 겨우 한시간 더 참았다가 11시면
벼락이 떨어지지 않는한 잠을 잔다.
지금 딸아이가 고2인데 입시생 엄마노릇 할려면 나는 한참 멀었다.
잠오지 않는 방법 전수받아 나도 까만밤 하얗게 지새우고 싶다.
오늘은 글쓰느라 아직 잠 오지 않아 다행이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재밌다고 소문난 '대장금'을 할 시간 5분?? 정도 남았을까.
광고나가는 시간에 잠깐 눈 붙이고 가서 봐야지.
거실에는 남편이 턱허니 자리하고 있어서 나는 아이방에 가서
아이랑 이야기 나누는척 하다 침대위에 홀라당 들어가 누워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그 소리에 놀라 화들짝 일어났다.
입가에 질펀한 물기까지 묻어있다.
'엄마~! 시끄러워 공부도 못하겠네~'
'내가 왜~?지지배도 참....'
시침을 뚝 떼고 거실로 나가 남자옆에 앉았다.
어린 장금에서 숙녀장금으로 변한 대장금이 막 시작되었나보다.
'당신.. 오늘 뭐했노?'
'뭐하긴..낮에 등산하고 집안일 하고 일이야 많이했지..왜..?'
아까 내가 놀란 소리는 다름아닌 내 코고는 소리였었던 것이었다.
왜..깜빡 순간적으로 잠든 것이 깊은 잠이 되어 나도 모르게
코를 골며 잤던 모양이었다.
숨어 잔 것이 들통나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도 몰랐던 코고는 버릇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날이었다.
아...나도 코를 골때가 있었다.
신비스러울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머슥했다.
그러나 이젠 맘놓고 코골며 자도 괜찮겠다.
이래서 처음이 중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