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2시.
아이들을 재우고,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슨함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다.
주말 여행이 계획 되어 있다면 들떠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남편이 깨어있을 때는 채널을 가지고 다투기 일쑤다.
난 영화를 보고 싶어하고, 남편은 스포츠를 보고 싶어 한다.
이도 저도 못하면 결국 포기하고 잠들고,..
그날도 남편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몰래 채널을 돌렸는데...
우연히 병원 24시가 방송되고 있었다.
TV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기에 별다른 생각없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는데,...
다큐멘터리 형식의, 말 그대로 주인공의 영상기록이다.
다분히 평범해 보이지 않는 그런 주인공의 일상사가 다소 건조하다싶게 진행된다.
철저히 제 3자의 눈으로 주인공의 소소한 일상을 지켜내려간다.
두 청각 장애인 부부의 청각장애를 가진 두 딸의 육아일기랄까...
나도 두 아이를 가진 엄마기에 저들이 느끼는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소리를 아이에게만은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픈...
가진 것 없고, 고달픈 부모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숭고하기까지 했다.
비록 장애를 가진 부모지만 부모가 가지는 모든 마음은 다 같으리라.
내 자식에게 만큼은... 이라는 생각.
아직은 밝은 아이들.
커가면서 많은 시선과 편견을 받을 아이들이 상처없이 커가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제목이 병원 24시 여서인지, 아니면 시청률에 쫓겨 밤늦은 시간대로 가는 것인지 ...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십여년전 지하철 안에서 수화로 열심히 떠들던 한 무리의 아이들을 애써 외면하며 힐끔거리듯 쳐다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난 왜 그 아이들과 눈맞쳐 웃어주지 못했을까...
<영상기록 병원 24시>
따뜻한 시선을 나누게 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