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함을 더해가고 있내요
지난 여름 길게내린 빗줄기가 남기고간 상처들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어김없이 가을은 성큼다가서 있습니다.
출근길에 반짝이던 햇살에 눈 부셔 찡 그리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가을 햇살 놀게하면 벌 받는다하시며,
바쁜 여름 농사일로 밀린 빨래감 들을 냇가로
가져가시고는 까맣게 찌들린 이불들을 새하얕게 빨아 바위에 널어두면
햇살에 반사된 하얀 이불들은 눈이시려 바라볼수 없을 정도로 반짝였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마술사 같았습니다.
햇살에 빨갛게 말라가던 고추며,참깨,콩들을 말리시며 짧아지는
가을햇살을 아쉬워 하셨는데...
어느 듯 세월은 그 시절 어머니 보다 더 나이가 들어버린 딸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내일은 나도 어머니 처럼 냇가엔 갈 수 없지만 함지에 이불담궈
그 옛날 어머님이 하신 것 처럼 두발로 꾹꾹 발아봐야겠습니다.
저렇게 눈 부신 가을햇살 놀리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이젠 저 맑은 날 비치는 햇살 아까워하실 부모님은 곁에 계시지 않지만
이렇게 부모님 그리워하면 열심히 살고있는 딸 자식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 보시리라 위안 삼으며 오늘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 아름다운 가을날에 두분이 그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