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냄새도 소리도 없다. 가을이 온 것을 알 수 있는 길은 오직 느낌 뿐이다. 가슴속으로 가을이 들어옴을 단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내 안에 이는 가을 바람으로 무언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불안해 하던 병든 소녀의 마음이 지금 나와 같지 않았을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다 떨어지고 나면 그 후엔 나와는 다른 내가 될 것 같은 느낌. 어쩐지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닌 것 같은 생각. 한 구석이 비어있는 모습에 익숙해 질때도 된 것 같은데...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즐거워해야만 하는 순간에도 난 그 빈 곳을 들여다 보곤 왜 이런 순간 속에서도 존재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의문으로 우울해진다.
그 빈 곳이 누군가에 의해서 채워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욕심 탓으로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존재하는 것이라 쉽게 생각해 버리다가도 멋진 광경에 감탄을 연발하며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 정말로 행복에 겨워서 어쩔줄 몰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나는 정말로 아무 생각 못 할 정도로 행복해져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행복을 나와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사람의 생각으로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단순하게 감정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난 너무 생각이 많은 탓일까? 죽은 친구의 생각을 가끔한다. 그 친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친구도 그 빈곳을 채우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지금 그는 행복한지 나는 수없이 묻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