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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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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준비 하기.


BY 雪里 2003-09-25

" 나야 할일이 줄을 서 있지만 자기는......?"

"나도 걱정 없어, 시골집에 가면 일이 지천인걸. 자기만 볶지 않는다면....!"

"내가 왜 볶아요?"

".................."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이제 내년부턴 널널해질 시간에

나야 편안한 마음으로 화실을 다니면서 한나절을 보낼것이고

어쩌다 점심이라도 회원들과 같이 하다보면 하루를 뚝딱 보내게 될텐데

그저 조용한것만 좋아하고 "늘보"이기까지 한 남편이

지금까지 반복되던 일상을 접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가 걱정이되어 슬쩍 건네본 말에서

내가 정곡을 찔린것 같아서 흠찟 곁눈질하며 가슴이 덜컹했다.

 

그랬었구나~!

남편은 가게를 접고 집에 들어 앉아 보내야할 시간의 

지루함을 염려 하기 보다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행여 내가 가장의 자리를 강조하지나 않을까 싶어서 더 걱정하고 있었다.

 

건물주인인 친구가,

건물도 낡은데다 군대간 아들이 이번달이면 전역을 하니

리모델링을 해서 아들의 사업장을 마련해 주어야 겠다며

어려운 통첩을 해 왔을때,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경기가 안 좋으니  기회에 그만 두겠다고

대답을 해 놓고는 그날 저녁부터 며칠째 남편은 잠자리엘 늦게 든다.

 

"내년부턴 둘이 차 가지고 낚시도 가고, 등산도 가고.... 잘 됐어요.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이젠 둘이 놀러나 다니면 되잖아요."

 

가게 그만두기만을 기다렸던 여자인 체 ,

놀러 다닐 생각에 부풀어 있는 마음인 체.

남편이 붙혀준 별명 "따따부따"를 나는 나름대로 연출하고 있었다.

 

내심은 나도 그만둘 생각이 나면 울컥 걱정이 앞서서

소심한 남편한테 내색을 하다간 몇배 힘들게 만들것 같아

나대로는 조심하고 있는 중이었는데도

남편은 그렇게 앞질러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정확히 삼개월 모자란 이십일년동안 나는 장삿꾼으로 살았다.

 

몇푼 안깎아 준다고 그냥 돌아서서 나가는 남자손님들이

쪼잔해 보여서 화도 났었고,

가정에선 말 한마디 안한다는 사람이

내게 속내를 털어 놓을땐 카운셀러역할도 해주었으며

가정 제쳐두고 나도는 다른 남자들을 보며

마음속에선 내 남편이 한없이 고맙기도 했었다.

 

특성상 손님 대부분이 남자인지라

늘 남자들과 어울리게 되어 이젠 단골 손님들과는 미운정 고운정이

듬뿍들어 내가 가게를 그만둔다니 할말이 많다.

 

"보고 싶으면 어쩌죠?"

"시골집으로 와요. 차는 언제나 준비 하고있을테니..."

 

이것도 인연인걸.

장삿꾼과 손님이었어도 우리는 큰 인연이었기에 

헤어짐을  서로 아쉬워 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만나자고  이번달에 새모임을 결성해 놓고선

남편이랑 늘 같이 참석 하라고 이른다.

마음은 고맙지만 전업주부로서도  가능한 일 일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면서 우선은 쉬어야겠다.

욕심을 줄이고 이만큼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금년말까지의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이별 인사도 차근차근 하면서 가게정리도 하다보면

내마음의 정리도  되겠지.

 

나는 요즘 며칠째,

끈 끊어진 나룻배에 억지로 올려진 어린아이처럼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있는 마음을  달래느라 혼자 애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은 늘 작은 공간이 만들어 진다.

계절 탓 인가~~~!

 

햇살은 내눈을 부시게 하고

흠집 하나 없는 하늘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