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참 푸르고 예쁜 이 계절에
아이의 학교에서는
가을운동회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마음은 벌써 풍선이 되어 저 높은 하늘로
튀어오르고 있는 듯 했어요.
아이는 엄마가 당연히 맛있는 김밥을 준비하고,
환한 모습으로 와 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갈 수가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 감사를 준비하느라고 해야 할일이 많아
외출이나 휴가를 낼라 하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라서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꼭 오실 분이시라는 걸 알기에 서슴없이 그랬는데
어머니께서는 공교롭게도 그날 어디에 여행을 가신다 하였습니다.
바쁘기만 한 엄마, 아빠를 둔 덕에 혼자 보내야 하는 운동회날
걱정에 아이는 큰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힙니다.
이럴때 친정 여동생들이라도 가까운 곳에 살았더라면 .....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난 그냥 사무실에 좀 눈치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아이에게 엄마노릇을 하는 편이 낫겠다고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요.
어제는 큰 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심 걱정이 되신 어머니께서 나 대신 가서 좀 봐주라고 하신
모양입니다.
시누이라서 미리 전화를 안 한건 아닌데....
그런데도 왜 그리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애써 시간을 내어 주신다고
하니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일이 있어서
사무실을 비우기 어려울 때 운동회 날이 겹치게 되어서
엄마노릇 하기도 쉽지가 않으니 .....
마음 같아선 그저 하루쯤 휴가 내어 느긋하게 김밥을 싸고,
아이들 좋아하는 거 챙겨들고 목청높여 소리지르며
아이들의 마음으로
하루쯤은 그리 돌아가 보는 일도
참 좋으련만 .....
사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우선 순위를 정해 놓고 사는 건 아니지만
아이에게만큼은 다정한 엄마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데
그 마저 어렵기만 하니.....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일은 새벽 같이 일어나
맛있는 김밥을 싸고
아이를 위하여 엄마의 마음으로 채운
도시락 주머니를 만들려고 합니다.
달리기를 할 때나, 무용을 할 때에 보아주는 엄마가 없다고
아직은 응석을 부릴 아이를 위하여 점심시간 만큼이라도
시간을 내야할까 봅니다.
아이는 제 엄마를 안 닮았는지 달리기를 곧잘 하는데 .....
그저 엄마 마음에는 1등을 하기 보다는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랄뿐입니다.
한참전부터 운동회 연습에 무척이나 한낮의 더위가 덥다고
하루 일과를 엄마에게 일일이 말하던 아이 .....
아이가 운동회날 만큼은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예요.
작은 녀석은 벌써부터 언니 따라 운동회 구경갈 생각에
들떠 있는 듯 합니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나네요.
그 땐 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이 다 모여서 도란 도란 이야이 꽃을 피우며
아이들을 응원하고 맛난 거 나눠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곤 했었는데.....
달리기를 별로 잘 못했던 그 시절의 나는
1등 한 아이의 손등에
찍어 주었던 스탬프 도장이 참 많이 부러웠었지.....
사뿐 사뿐 잘도 달리는 아이의 모습이
저만치에서 보이는 듯 합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가을 햇살이 아마도
철철 넘치게 담겨져 있지 싶어요.
해맑은 미소로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며
긴 다리를 내두르며
그렇게 달려갈 테지요.
곁에서 손을 잡아 주고
박수를 쳐 주고
아니 그냥 옆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아 주고
있음에 힘이 절로 나는
그런 하루일텐데.....
아이가 그날만큼은 엄마 생각 날틈 없이
재미있고 즐거움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 버린
그런 가을운동회를 보낼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가을햇살처럼 해맑은 미소로
귀여운 내 아이가
넉넉한 마음으로 자라나 주길
엄마인 나는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