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의 " 가을에는 " 에서 보면
" 우연히 편집된 가을하늘... " 이라는 싯귀절이 생각나는
베란다 넓은창에 보이는 편집된 가을하늘이 파랗다 못해 시리다.
무언가 아주 귀중한 그 무엇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버린듯
허한 마음이다.
손발에 힘이 하나도 없고 식욕도 없도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욕도, 계획도 없으니
이게 바로 무기력증인가보다.
너무 바쁘게 살다가 일이 없어지면 이런가?
삼년동안 내리 매년마다 시어머니, 친정아버지, 시아버지를
꼭 정해진것처럼 저세상으로 보내드렸다.
아니 그보다 전에 오륙년동안 제일먼저 하나밖에 없는 시동생을 보내고
그 다음에 또 하나뿐인 손위동서 형님을 보낸것까지 합치면
다섯분의 장례를 우리부부 손으로 치뤘다.
그래서 이번 아버님을 보내드리고는 마음이 이상하다.
87세를 사시고 큰병없이 노환으로 수를 다하고 가셨기에 여한은 없지만
긴마라톤을 전력질주하고 달려와 쓰러진 형상이 이러할까 싶다.
그래서 남편과 내가 한말이 " 우리 진짜 이제 고아되었네 " 하고 희미하게 웃으며
" 이제 우리차례지뭐 " 그랬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할일이 다 끝난것은 아니다
이집안의 차남에게 시집왔건만 장남이 모른체한 시부모님을 모셔야만 했고
혼자계신 시아주버님과 이혼하고 혼자사는 장손 조카이기에
명절도 내몫이며 개가한 손아래동서떄문에 혼자 있다 군에간 조카도
우리몫이 되었다. 거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영원히 두살백이 막내까지....
그렇다고 시집간 딸이나 유학을 꿈꾸는 대학졸업반인 아들은 내몫이 아니던가?
나는 지칠때마다 나에게 이렇게 입력을 시켰었다
"그래도 내가 제일행복해 베풀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 하면서
그것은 어쩌면 살아가기위한 방어막이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죽도 안 쑤어도 되고 어쩌다 어디나 교회에 가도 밥때문에
종종걸음 안쳐도 되고 뇌수술 후유증으로 치미걸린 친정아버지때문에
마음아프지 않아도 되고 오년동안 치매로 아들며느리도 몰라보던
시어머니 수발하지 않아도 되고 산년동안 무릎관절로 바깥출입 못하시는
시아버지 짜증 안 보아도 되는데........
또있다 학교에서 회식한번 제대로 참석 못하는 안스러운 남편모습 안봐도 되고
이 모든것보다 병으로 노환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 보면서
우울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찌 마음은 몸은 이렇게 허하고 무력해지는가?
그러다 다 보낸 세월이 아쉬워서인가
아니면 오십을 훌쩍 넘긴 우리의 나이때문인가
이제 기운을 차려야겠다
아직도 살아갈날이 많고 할일이 많이 남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