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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8

텃 밭


BY hansook83 2003-05-28

집담장 뒤로 조그만 터가 있습니다.
어린시절 땅따먹기 하듯
한뼘 크게 벌리면 다 얻을 듯할 만큼의 터가 있습니다.
풀과 나물을 잘 구별못하는 어둔한 저이기에
그 있는 땅에 자라는 풀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윗집 아저씨 이사가시는 날
이사온지 10개월이 다 되도록
몇번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한것이 미안해
가시는 모습 배웅하러 나왔더니
작년 이텃밭에서 짭짭하게 농사 지셨다며
텃밭을 가꿔보라 하십니다.

저녁먹고 남편과 동네 한바퀴 돌양으로 나와
생각난김에 호미 하나 샀습니다.
메마른땅 콕콕 찍기에 알맞게 생긴놈으로...

복장만 보고는
몇마지기 농사짓는 아낙네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모자쓰고, 장갑끼고, 호미메고..

일러주신데로 땅에 골을파기위해 호미를 드리밀었더니
흙을 지붕삼아 살고있던
땅밑 벌레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왜 안그렇겠습니다.
평화로운 삶을 깨뜨리니.

돌맹이를 골라내고 잡초도 뽑아내서
네모반듯하게
이건 내 밭이다 하며 가에 돌맹이를 올려놓아 경계선까지 그었지요.

월요일날 모종을 사가지고왔습니다.
상추 5개, 고추 5개, 토마토 4개.
옆가게 아줌마가 권하길래 치커리 씨앗, 상추 씨앗도 사왔습니다.

텃밭에 이름지어 줬습니다.
이건 치커리, 이건 상추, 고추, 토마토..

윗 텃밭, 아랫 텃밭 큰 텃밭을 가꾸시는 이웃집 아저씨가 그러시는데
너무 늦었다네요.
모종도 늦었지만 씨앗뿌려 농사짓기는 시기를 놓쳤다고하네요.

적지않은 세월을 살면서
자연이 주는 많은 것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내 자신을 보게됩니다.
필요에 의해 가지면서도
그것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는 별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뿌리면 저절로 나올줄 알았는데
아침저녁으로 물주고 가꾸는 이웃아저씨를 곁눈질해가며
이제 되어지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7월정도가 되면 쪽파를 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때는 적절한 시기에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제때에 추수할 수 있게 하렵니다.

거저 되는 것이 없음을
조금만 텃밭을 통해 깨닳게 됩니다.

부디 뿌려진 씨앗들이
생명이 움트는 기쁨이 있길 기대하며

불광동에서 무지한 농부가 글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