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라크 의회가 9살 어린이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 시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3

세월은 저더러...


BY mspark0513 2003-05-14

나더러 마흔이 되라고 한다. 어느 세월에 마흔이라고 한다. 不惑의 경지에 가지도 못했는데

나더러 마흔이라고 한다. 이렇게 갈등이 많은데 이렇게 고개 숙일 일이 많은데 나더러 마흔이라고 한다. 이토록 흔들림이 많은데 이토록 가슴 시린 일이 많은데 나더러 나더러 마흔이 되라고 한다.

* 불혹(不惑); 40세에 이르면 세상일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시인 박 민식.. 그는 64년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올해 꼭 마흔이 되는 해 인 것입니다.

그가 경지에도 이르지 못하고 갈등도 많고 고개 숙일일도 많고

흔들림도 많고 가슴 시린 일 도 많은데 자기보고 마흔이 되라 한다며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흔이 되면... 어떤 상황에 대해 경지에도 이르고 싶고 갈등도 하고 싶지 않고

고개숙일 일도 없고 흔들림도 없고 가슴 시린 일도 없이 어른이 되고 싶다는 그런 다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우리의 생이 마감 하는 날까지 우린 계속 경지에 이르지도 못 할 것이고 갈등은 계속 될 것이고 고개 숙일 일은 계속 있을 것이고 흔들림과 가슴 시린 일도 계속 경험해야 할 것입니다.

 

마흔 하고도 삼 년을 살고 있는 지금의 저는.. 매일 다짐해도 어떤 상황에 대해 늘 확신 없어 하고 잦은 실수로 고개 숙일 일 많고 늘 흔들리고 가슴 시려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연약할 수밖에 없음을 매일 고백하며 하나님의 아름다운 간섭을 기도하며 하늘로부터 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일 겁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감정에 충실함보다는 나와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희생과 헌신은 아름답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고집해온 저는 일반적인 상식을 조금 넘어 자유를 느끼는 자들을 향해 마음이 넉넉해지지 않습니다.

아마 세상의 상식에 길들여 져 있고 나의 마음속에 나를 향한 나 다움(?)에 대해 용기없는

현실을 향한 강한 질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리고 그 전 전 날처럼..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생각과 침묵의 시간을 이른 아침 잠시 가졌습니다.

그리고 베란다의 화초에 물을 주며 오랜만에 잎들을 정성껏 닦았습니다.

까치가...창가에 앉아 커다랗게 노래함을 들으며 또 다시 다짐합니다.

사랑하며... 넉넉한 가슴으로... 모든 것을 향해 감동하며 살자고....

 

세월은 저를 마흔세 살이 되라 하지만 나잇값을 하기엔 저는 아직 모자람이 많음을 인정하면서 오늘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환하게 미소 지을 수있는 넉넉함을 간구하며 이젠 그만 서둘러야 집을 나서 출근길에 오를 시간을 맞습니다.

 

 

맑은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