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귀를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영역한 태고적의 은행나무의 정자 그늘을 만날 수 있다. 은행나무 그늘에는. 언제나 마을을 거쳐가는 행인들의 쉼터를 제공하는라, 커다랗고 시원한 갈대 숲으로, 평상을 아주 튼튼하고 근사하게 만들어 자리를 잘 잡아 놓아서, 오는 길손! 가는 길손! 의 피로를 풀어주며, 무더운 여름 행로의 지친 심신을, 잠깐 만이라도 눈울 붙일 수 있는 아량의 배려로! 그런 두메 산골의 후한 인심의 표본임을 상징한다. 은행나무 정자를 지나 조금 산 모퉁이를 돌아가다 보면 또 다른 운치있는 바가지 우물을 만날 수 있다. 바가지 우물 옆 켠에도 작은 느티나무 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며 시원한 우물물을 한 바가지 떠서 목을 추기며, 시골의 후한 인심을 만끽할 수가 있어서, 우리 고향, 아니 나의 고향 토끼 풀 마을은!...
언덕베기 위에서 내려다 보면. 넓은 평야가 온 통 토끼 풀로 뒤 덮일 정도로. 토끼 풀이 유난히 많이 생성하는 그런 나의 고향을 나는 너무 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넓은 광장의 토끼 풀, 밭에는 흰 꽃들이 다믄다믄하게 옹기종기 모여서, 자신들의 앙증스럽고 향기가 베어나는 자태를 뽑내며, 의기양양한 미소로. 만나는 행인들에 밝음 미소가 번지도록 유혹하면서...행인들이 발걸음을 스스로 멈추고 쉬면서, 자신들의 자태를 감상하게 하는 그런. 마력을 지닌 주인공인. 토끼 풀 꽃 광장은. 오늘도...내일도...그리고 영원히...아련한 추억으로....
토끼 풀 꽃들이 만개할 즈음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토끼 풀 꽃으로 꽃 반지와, 꽃 시계를 만들어 채워주던, 나의 유년시절 동무를 이 만가을에 상기시켜 감상에 젖게 된다. 그 동무별명은 이름하여, 기개 총 머리통이라고...별명도 길어라...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코를 많이 흘려서 코 및 인중은 두 줄의 코 행로가 새겨져 있었던 그런 기억과, 누런 굴 같은 코가 나오면 옷 소매에다 쓱쓱 닦아서, 옷 소매는 늘 누렇게 반들반들했던 그런 기억들과, 유난이도 나를 좋아했었던 그런 기억들이...
가만히 눈을 감고 옛 추억으로 달려가 회상해 보면. 너무 내가 쌀쌀하게 대했던 기억에 미안하기 그지 없으며, 언젠가는 만나게 되면 차 대접이라도 하면서 그 때는 정말 미안 했었노라고 정중히 사과를 하리라...하고 내심 다짐을 해본다.
이 풍요롭고. 감미롭고. 낭만이 충만한 색체의 계절에...
두 팔 벌려 포용할 수 있는 배려가...
이 향기의 계절! 의 내 심이려니...
아 - 이 오색이 영롱한 향기의 계절을 다소곳이 사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