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정원에는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 처서가 지나서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건만, 한 낮에는 따끈 따끈한 햇볕이 내리쬔다.
하늘은 파랗고 작렬하는 태양이 정원의 해바라기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해바라기는 고향이 남미 쪽이라고 한다. 남미하면 브라질,
멕시코, 칠레, 우루과이... 가보진 않았지만 울창한 원시림
이 상상이 되고 당연히 이글 이글 타는 태양이 떠오른다.
여기에 해바라기가 활짝 핀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 당연히
해바라기의 고향은 남미가 어울릴 것이다.
얼마전에 가족과 함께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에 갔었는데
그곳은 남미 쪽에서 대사를 하신 분이 남미쪽 문화재를 많이
수집해서 우리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런데 도예품,
조각, 수예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떤
강렬함이었다. 즉 태양처럼 타오르는 해바라기의 느낌을 받았고,
우리와 같은 피를 가졌다는 인디안 추장의 거친 숨결이 가슴에
와 닿았다.
조물주는 우리 인간에게 많은 꽃을 선사하시여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을 즐길 수 있도록 하신다. 봄의 꽃이라면 단연
개나리와 진달래가 있고, 또 5월의 여왕이라는 목련은 우아한
여인의 자태를 자랑한다. 이어서 태양의 계절 여름이 오면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서 태양의 시샘을 받는다. 아침 저녁
소슬 바람이 불면 길가엔 코스모스 하늘거리고,하늘엔 고추잠자리
평화롭게 날아다니고 밭에서 고추가 빨갛게 익어간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서리가 내리면 모든 식물들 내년을 기약하고
겨울잠에 들어가건만 홀로 오상고절을 즐기는 들국화가 피어
선비의 기개를 뽐낸다.
굳이 꽃을 여성적인 꽃과 남성적인 꽃으로 나눈다면 아마도
여성적인 꽃은 우아한 목련이 될 것이고 해바라기는 힘찬
남성적인 꽃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여성상
으로 꼽는 신사임당은 목련꽃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해바라기 꽃은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영웅인 광개토대왕과
잘 부합될 것 같다면 너무 피상적인 생각일까?
해바라기 꽃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어느 곳에 심어도
잘 자라고, 또 꽃도 한 달 이상 계속 피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정열의 화가라는 반 고호도 유난히도 해바라기를 사랑
했나보다. 학창시절에 고호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았을 때 마치
뭐에 사로잡힌 느낌을 받았다. 고호의 영혼은 얼마나 치열하게
타올랐으면 이렇게 강렬한 그림을 그렸을까 하고...
잎이 가장 시원한 식물이라면 토란이 단연 최고이고 꽃이 강렬한
식물은 해바라기이다. 나는 올 여름 이 두 친구와 더불어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
아, 해바라기! 너는 태양의 아들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