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향기를 맡고 왔습니다.
그것도 봄밤에요...
어제 오랫만에 외식하러 갔다가 집에 오는 길이었어요.
딸아이가 그냥 집에 가는건 심심하다며 굳이
산책을 가자고 했답니다.
그래 좋다... 네가 늦게 가서도 일기 잘 쓰고 잔다고
약속하면... 그런 전제 조건을 달고 우장산으로 들어 섰습니다.
아홉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이었기에 사람들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산길에 접어 드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이곳저곳을 쑤시며(?)
다녔더랍니다.
그러다가 포장마차가 그시간까지 열고 있어서
들어갔지요. 포장마차라고 할것도 없이 그냥 커피도 팔고
오뎅국물 파는 그런 작은 트럭이지요.
자주 들렀기에 포장마차주인과는 잘 아는 사이가 되어 버렸는데
(예전에 한번 우장산에서 열린 주부백일장에서 우장산과
그분의 얘길 써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 관계로 더욱
친해 졌지요) 그시간에 웬일이냐며 반갑게
맞아 주시더군요. 아이들에게 남은 어묵 맘대로 먹어도 된다고
하시며 저희에겐 대추차를 한잔씩 타 주셨어요.
고맙고 감사하고... 그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한없이
마음까지 따뜻해 오는 거였어요.
세상은 이렇게 작은 아름다움으로 이나마 아름다운거야.. 그런
위대한(?)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는데 아주머니께서
꼭 한번 정수기능대학 가는 길에 가보라는 거예요.
매화꽃이 한창이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가보니 매화꽃향기가 먼저 ?아 오는
거였어요. 하얗게 만발한 매화꽃을 봄밤의 정경속에서 보니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그 어떤 감탄사를 그것에 붙여도
모잘랄듯 싶었답니다.
밤으로 가는 하늘빛은 푸르스한 남보라빛이었는데
그 빛으로 보는 매화의 하얀꽃은 더욱 밝은 하얀색으로
보였는데 그 색감의 조화가 가히 기가 막힐 지경이었지요.
딸아이가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그 멋진 봄밤의 풍경을
놓칠뻔 했지 뭐예요.
매화꽃향기가 달콤했어요. 같은 모양같지만 벗꽃이 주는
느낌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매화꽃은 우아함까지 갖는
꽃이란 느낌이더군요.
그런것에도 신토불이가 적용되는 까닭일까요?
아무튼, 가지마다 하얗게 몽실몽실 피어 오를듯
달려 있는 매화꽃을 푸르스름한 밤하늘에 비춰보며
저는 딱, 시인(詩人)이고 싶었답니다.
밤으로 가는 봄하늘은 푸르스름하니 넓은데
노란 달이 하나 덩그마니 떴고,
지상에 한그루 향그런 매화나무 있어
가지마다 꽃구름 휘어지겠네....
지금에 와서 어젯밤 매화꽃 향기에 취했던
일을 떠올려 보면 마치도 봄밤에 잠시 꾸었던
'춘몽'이었나 싶어집니다.
꽃구경보다 사람구경하기 쉽상이라는 벗꽃핀
윤중로를 지난해에 다녀 왔습니다만,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물결에 휩쓸리듯 꽃구경을
다녀왔지만, 차라리 전 어젯밤 우장산의 매화꽃구경을
한번 더 하고 싶네요.
가까이 살면서도 이리도 놓치고 사는것들이 많습니다.
멀리 보기 전에 가까운데서 부터 살피고 살아야
겠단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