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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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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이 바보되는 세상


BY 동해바다 2003-09-19

세상은....
적당히 넘어갈건 넘어가면서 거짓으로 살아감이 삶의 한 방편일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늘 정직하며 올곧게 자라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남을 기만하면서 야릇한 통쾌감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마음이 씁쓰름하다.
적당한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스럽게만 느껴지는 지금..
자꾸 자책을 하게 된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닌데...
어찌하여 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할까...

작년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피해정도가 심각해 재해지역으로 선포되었다.
그때 각 상가별로 피해정도를 조사해 가면서 얼토당토않은 액수의피해를 당했다며
신고를 한 가게점주들을 손가락질하며 씹어댔던 사람들..
올해...
가벼운 피해에도 불구하고 불려서 신고를 한다.

오전 어머님이 계신 병원에 갔다와 가게문을 여니 시청에서 다녀갔다 한다.
옆가게에서는 얼마정도의 피해를 봤는데 아마 문이 잠겨져 있는 우리 가게의
피해는 얼마일 것이라고 대충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난 그 소릴 듣고 "그렇게나 많이?" 했다가 남편으로부터 참 답답하다는 핀잔을
받았다.

오후무렵, 한가한 시간에 다시 시청에서 나와 피해액을 조사했는데
곧이 곧대로 말하면 정말 바보같을까봐 난 나름대로 조금 불려 피해액을 말하고
신고를 마쳤는데, 잠시 가게들른 남편으로부터 엄청난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고양이 앞에 쥐 모양으로 찍찍대긴 했지만 기가 찬 듯..
어찌 세상을 그리 곧이곧대로만 살아 가냐구 하며 화를내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니....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남편말을 들으니 수긍은 가면서도 갑자기 세상이 밉고 사람들이 미웠다...
남편은 더더군다나...

나중에 알고보니 파는 물건을 피해입지 않은 옆가게에서들도 우리와 같은 피해액으로 신고를 했으니....

청바지 200여점을 손해본 나는 ....정말 바보인가보다..

적당히 속여가며 살아야 할 세상...
융통성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 바보스럽고 어이없게만 느껴진다..

조금은 손해본 듯 하면서...
모자란 듯 하며 사는게 이세상 살아나가는데 편하지 않을까...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