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을 꼬박 꼬박 잘 하다가 19번째인 작년,
옆지기의 생일을 깜박 잊어 마눌로서 책임 업무 이탈같은 찝질함 때문에
큰 곤혹을 치뤘었다.
늦은 저녁에야 그나마 그의 끈질긴(?) 힌트로 그때서야 갑자기 생각나 그절박함이란 참
가관이 아니었다.
회사 회식자리에서 전화 통화로 서운함을 명백히 전해와 둘째녀석과 유유히 피자를 시켜
맛나게 먹고 있다가 피자맛이 삼천리로 달아 났었다.
미안하고 축하한다는 문자를 둘째녀석과 내가 돌아 가면서 열번쯤을 쏘아 댔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마침 전화를 걸어온 친구에게 처지를 하소연 했더니 축하의 여신 역할을
해 준다며 걱정 마라고 해 이제 모르겠다 하고 그 밤에 미역국만이라도 끓여 놓고
대기하고 돌아오는 그의 눈치를 슬슬 살폈더니만 의외로 별탈없이 잘 넘어 갔었다.
나중에야 들은 얘기인즉 회식자리에서 축하,미안 문자 수~개가 삐빅 삐빅 쏟아져
들어오죠 마눌 친구가 코맹맹이 소리로 쌩일 축하한다는 난데없는 전화 걸려 오죠
해서 기분이 좀 괜찮았다나 어쨌다나 해서 그럭저럭 넘어 갔단다.
딱 추석 일주일 후인데 어쩌면 그렇게 깜박했던지 아~ 드디어 나도 이제 노화가
시작 되는구나..싶어 씁쓸하군..?? 했었다.
이번 추석 고향을 다녀 오는 차안에서 " 2년만에 생일 한번 찾아 먹을려나...??? "
하며 비아냥 거려서 ' 아~이구나 평생가지..평생 가...'하면서도
' 맞아~ 이번에는 진짜 잊어 먹지 않아야 할텐데...' 하면서
난 입을 삐죽거렸다.
일주일내내 거의 하루에 한번씩 목요일 생일 생일 하고 짚고 넘어갔다.
그도 그럴것이 내생일때는 내가 애들에게 미리 광고를 해서든 어쨌든
그는 내 생일을 한번도까먹지 않았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챙기고 기억하고 지나갔기 때문에 난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거다.
수요일 저녁 녀석들에게 내일은 아빠 생일~~하고 상기 시켜 놓고 일단 투명 용기에
미역을 담궜다. 이번에는 안 잊었다는 표시로...
언제부턴가 우리집은 아침이 아니고 당일 저녁에 생일상을 차리게 되었다.
아침 일찍(6시) 출근에다 곧바로 이어진 등교들로 저녁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드디어 2년만의 생일날 아침...
그가 출근한 삼사십분쯤 후...자유로를 한참 달리고 있을 무렵(현장 근무)..
[ OO~ ! 쌩~일.. 주까~해~ ~ ~ !!! ♡♥♡----( 네덜란드에서 히딩크가...) ]
하고 문자를 쐈다.
11시 쯤 모임이 있어 차를 타고 가던 중 삐빅~ 문자 들어오는 소리..
[ 고마우~어... 남편♥ ]
헤 ~~~~.....
서둘러 모임에서 점심만 먹고 슈퍼에 들러 요것조것 시장을 보고 어차피 사야하는
로션을 선물로 하나 사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낑낑거리고 들고 와서
오늘 수업이 없어 빈둥거리고 있는 큰녀석에게 바쁘다 바뻐~ 호들갑을 피며
작년을 만회하기 위해 이벤트를 구상하라고 명령을 하고 지지고 볶고 삶고 찌고
있는데 모의고사 끝낸 작은녀석 들어오고.... 쪼금있다 왠 벨소리가 띵똥~~
울리는거다.
누굴까...??? 이 시간에... 했는데...
아~이고 나타난 사람, 오늘의 주인공...
아~니 회사에서 오늘 회갑이라고 빨리 조퇴 퇴근 시켜 주나보죠..?????....
우리들 셋은 동시에 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해 댔다.
퇴근 시간보다 두시간이나 빨리 들어오니 나나 애들이나 준비 덜된 것은
당연하다고 기다리라고 안방에서 대기하라며 몰아 부쳤다.
케익 선물하겠다는 애들은 마음이 바빠 뛰어 나가고 나는 와장창 그릇소리 크게
내가며 배 고픈 것 못참는 주인공 기분 맞출려고 네 개의 가스불을 다 가동 시켰다.
휴~~~~~
밥, 국, 전유어, 생선, 나물, 육류,......
햐~ 20번을 차리니(작년 빼면 19번) 나도 이제 선수가 다 되었다.
사실은 난 무슨일을 빨리 빨리 해내지 못한다.
성질 급하고 배 고픈 것 못참는 사람 따라 이만큼 사니 그래도 이제는 꽤 숙달된거다.
애들이 사온 케익을 상 가운데 놓고 사십팔을 가리키는 초를 켜고 집안의 모든 불은
다 끄고 작은녀석의 큰소리...
" 주인~공 입~~~~~짜앙~~~..."
히~~~ 웃으며 나오는 저사람...
누가 앤지 어른인지...모르겠다.....
군가처럼 빠른 템포로 불어 제끼는 생일 축하 노래...
주인공이고 마눌이고 짜~식들이고 손바닥이 아프게 손뼉을 치며 목 터져라
불러 대는 짧은 생.축 노래와 빵~ 펑~ 터지는 폭죽소리.............잔치행사..끝~~~~
제빠르게 생 크림 녹으면 안된다며 재 포장해서 냉장고에 집어 넣는 작은녀석은
(녀석은 케익을 엄청 좋아한다) 꼭 이벤트 회사에서 출장 나온 직원 같았고 그러는
녀석 뒤통수에 대고 지아빠 왈
"염불에는 신경이 없고 잿밥에만 정신이 있어요~~ "하고 한번 짚고 넘어간다.
꿀맛나게 기분좋게 생일밥을 먹고
가정법 추가 하나,
자기 생일이 다가오면 반드시 어떤 형식으로든 생일 광고를 할 것.
땅. 땅. 땅.
(사실 달력에 표시 해놔도 어제까지 생각 했다가 오늘 까먹기 때문에...히히)
내 편리한대로 내가 정했다.
그렇잖나요..?........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