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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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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눈물을 ......


BY 큰새 2003-01-23

9년이 조금 넘었던 같은 그 어느해에
생애에 아주 기억에 남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모습을 생각하면 영화의 한 장면 같으니.....

처녀시절 출근을 하려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야만 했으니,

그날도 다른날과 다른날은 아니였는데,
유난히 아침 햇볕이 강한 날이였다.
겨우겨우 사람붐비는 버스를 타고,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실고, 귀에는 한창듣고 다니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바깥 풍경이랄것도 없는 그 차디찬
회색 건물들을 스치듯 보면서 지하?역만을 기다리며 가던중
내가 탔던 버스가 아주 크게 급정거를 해버렸다.

차안에 있던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욕을 했고,
여자들은 소리를 질렀고, 하물며 엎어진 사람도 있었다.
정말 모두들 화를 내고 있었는데.....

모두들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거긴 왕복 6차선 도로였는데......
내가 탔던 버스가 다니던 길도 작지않은 3차선 도로였건만
그 3차선에 있던 모든 차들이 일순간 모두 멈춰버렸다.

신호등 탓일까.......


그 3차선 모든 선을 모든 룰을 무시하고 있던 할머니,
너무 고운 한복에, 너무 단정히 올려진 쪽진 머리에,
너무도 주름이 많은 얼굴에, 너무도 하얀 고무신,
하지만, 그 고운 모습에 어룰리지 않은 햇살 받은 안대

그 분이 모든것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이 그렇게 길을 건너쟈, 어딘가에서 양복입은 청년이
뛰어와선 그분 손을 잡고 그 6차선 도로를 건넜던 것이다.

일순간 모든것이 멈춘것 같았다.

너무 너무 투명하고 환한 햇빛에,
너무 고운 한복에,
너무 고운 마음을 가졌던 그 청년에,

그 바쁜 출근길에......

누구 하나 경적 한번 울리지 않았고,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았고,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 난 울어버렸다.
그냥 모든것에 불평이 많았던 그 어린 나이에도,
그 모습은 나의 가슴을 시리게 해 버렸다.
하지만, 그건 나의 모습뿐이 아니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그냥 가만히 웃기만 하셨고,
다큰 장정도 마냥 기뻐했고,
아직은 나처럼 기분을 조절할 줄 모르는 자는 울기도 했다.

왜 우냐고 묻는다면 ......
왜 울음이 나왔을까?

그냥 이세상에 이나라에 이곳에 지금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그 모습을 볼수 있다는것이 참으로 대단한 행운이라 느껴서 일까?

그랬던 것 같다.
그건 살아가면서 아직도 10년이 다되어버린 시간에도
날 웃음짓게 하고,
가슴이 시리게 하고,
삶에 의욕이 생기게 한다.

요즘 조금 사람에게 치이고,
세상 사는것에 조금 힘들어 하고 있을때,

그냥 그모습이 영화를 보듯이 또 한번 흘렀다.

그래, 힘들어 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아직도 난 그런 좋은 모습을 충분히 볼수 있는 기회가
어쩌면 남보다 많이 있을지도 모르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