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부터.....자정이 지나면서 우리집 식구들은 언제 출발할지에
대해 결단을 못내리고 안절부절 했었다.
작은 녀석에게 교통 써어비스 전화번호 1333을 가르쳐 주며
남편은 잠을 청했다.
고향까지 기사 노릇을 완벽하게 해야 된다는 것땜에 잠을 좀 자야하고
고속도로 시속이 좀 빨라진다는 소식이 나오면 아빠를
즉각 깨우라는거다.
새벽 2시무렵까지도 계속 1333을 눌러대던 작은녀석은
" 엄마~ 지금도 시속 5km 야...???"
전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더니 하향 차들이 제속도를 못내고
수~~시간 동안을 그냥 고속도로에 정체 되어 있으니 도로가
뚫릴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녀석도 임무수행을 내팽개치고 잠에 곯아 떨어졌다.
추석과 구정이 되면 매년 겪는 일이지만 유난히 작년쯤부터는
체력의 한계까지 겹쳐 운전자고 조수고 귀향 전쟁을 한바탕 치루고 나면
한 3~4일은 파김치가 되어 시들시들 이리저리 몸을 가누지 못한다.
나 또한 나도 모르게 자다가 울려대는 시계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새벽 4시 30분... 1333을 눌러 봤다.
크~~~~~~하~~~~ 아직도 시속 5km~~~~~~.....@#$%^&*~
남편은 어이없어 난감해하며 우두커니 서있다가
" 안되겠다 그냥 출발하자...얘들아~ 일어나라 출발이다~ 출발~~ "
간단히 고양이 세수들을하고 어젯밤에 꾸려 놓은 짐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차가 생기고 부터...귀향 귀경 전쟁이 시작되고부터... 우리집 애들은
숙달은 되었지만 넌더리를 댄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하얀 배꽃이 눈처럼 피었다가 노오란 꿀배들을
쏟아 내놓는 전라도 나주에 사시기 때문에 거의 항상 명절에는
10~15시간을 이도로 저도로를 배회해야만 고향땅에 도착하게된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새벽 5시무렵 서해안 고속도로를 폼나게
탔다가 금새 포기하고 경기도 땅에서부터 이리저리 헤매며
시댁 마당에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당도했다.
중간에 젓갈 고장 강경에 들러 친척, 형제들에게 나눠줄 조개젓, 새우젓
아버님 좋아 하시는 낙지젓 등을 12통 사고 광주 친정에 한 10분 머물러
선물 꾸러미를 내려 놓고 친정엄마가 팔을 기부스 했는데도 깜짝 놀라기만 하고
생선 양념장을 발르고 계신 친정아버지를 구경만하고 도와 드리지도 어쩌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부랴부랴 나주로 향해 간게 오후 5시가 훌쩍 넘어서니
송편 만든것도 다 끝나고 음식장만도 거의 다 끝나 버렸다.
난 멋적어 " 형님~ 수고 많으셨죠...? 동서~ 수고 했네...! "
할 수밖에 없었다. 두집은 나주에서 1시간 거리인 광주에 살기땜에
차질없이 집안일이 돌아간다.
메스컴에서 귀경 전쟁을 엄청 떠들어 대니깐 쬐금 괜찮긴 하지만 하여간 나로선
개운하지가 않다. 서울로 와서 다운이 되더라도 일할 때 열심히 같이
한게 당당하고 서로 화목을 이어 가는데 애들까지 대입시니 중간고사니
하다 보니까 괜히 나만 눈치가 보인다.
애들 어렸을 때 하루 먼저 조퇴하고 미리 왔던 그시절이 그래도 속 편하고
좋았다.
이글을 읽는 젊은 후배 줌마들~
그래도 그때가 좋습디다....속 편하게 웃~고 어울리고...(참작들 하세요..)
마냥 모든 자식들이 다 모이는것만으로 웃음꽃이 활짝이신 두분 시부모님...
자고 나면 금방 또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해 오지만
" 그래도 니들이 보고 잡프단 말이다.." 하신 아버님...
참기름 한병, 파 한뿌리라도 더 챙겨 주시려는 시어머니
" 느그들은 멀어서 많이 못 갖다 먹는 것이 항상 마음 짠하다" 하신다.
세상에 선하고 순수하신 시골의 전형적인 노부부...시부모님!
유난히 콩각시처럼 체구가 쪼그마 하시고 말르신 시어머니
나 역시 이제 곧 20년을 최씨 가문에 들어 온지라
상경 할 때마다 시골의 너른 마당에서 시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서서 올때면 마음이 찡~하고 울적하다.
' 살아 계신동안 늘~~ 건강하시고 즐겁게 사세요...' 하고 되뇌인다.
그리고 남편에게 " 며칠에 한번씩 전화 자주 드려요~ "
" 왜~~~~?"-----------" 그~냥......."
부모님이 계신 그곳 길가 양옆 풀섶에는 아직 푸르름이 넘실댓고
이슬방울인지 물방울인지 송알송알 맺혀 내맘에 산소를 듬뿍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