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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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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태우며...


BY 아침이슬 2002-11-11

지난 여름...
한차례 폭우에 쓸려 내려온 강가 소복한 모래위엔
철따라 겨울이면 날아 오는 청둥오리 떼가 꼬물 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가끔씩 꽥꽥거리며 자신의 존재라도 알리려는듯
새벽의 적막을 깨고서 물위에 포물선을 그리며 먹이를 쫓고있다..
하얀 눈...
멀리 보이는 산 봉우리엔 하얀 눈이 겨울이 왔슴을 말하려 내눈에 쏘옥 들어오는 날이다...
유난히도 봄. 가을이 짧은 이곳..나 사는곳이다...
가을 걷이가 채 끝나기도 전에 두터운 잠바를 걸쳐야지만 하루를 떨지 않고 보낼수 있다..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해 보이는 냇물,봄이오면 가장 먼저 졸졸 소리내고 버들강아지 향내로 봄을 이야기하고. 여름되면 쏟아지는 비를 다담아 강부럽지 않은 큰 내가 되고. 가을이면 족대 들고 고기잡는 사람들에게 물고기 가득 안겨 주고..
하얀 눈 오는 겨울이면 얼음 가득 품고 청둥오리 키우는 그런 내
그 내를 끼고 아스팔트 좁다른 길가..
마당 한 가운데 커다란 플라타너스 심겨진 곳..
그곳에 작고 아담한 내집..우리 네식구 살기에 꼬...옥 맞는 그런 집하나가 있다...
일년 삽백육십오일 늘 뒷집 돼지 축사에서 풍겨오는 꼬리한 냄새가
남들에겐 혐오스럽기 그지 없는 그런곳이지만 집앞에 흐르는 냇물이며. 철따라 날아오는 철새들이며,일년내내 먹거리를 주는 텃밭이며
텃밭 한곁에 얌전히 심어둔 감나무며...
그런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너무 사랑한다....
십여년을 낮이면 늘 혼자 서있으면서도 열쇠 한번 채워보지 않고도 잃어 버릴것도 없는 내집, 그런 내집이 있기에 난 행복하다..
남에겐 초라한곳 그런곳이 나에겐 한없이 대궐같고 평안한 곳...
그런 집이 더욱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가을이면 저물어가는 가을 끝자락을 한동안 놓지않고 붙잡을 수 있어 그렇다..
마당 가운데 서있는 하늘을 닿을 듯한 플라타너스..고거때문이다...
여름이면 마당 가득 그늘을 만들어 그지 없이 시원한 여름을 나게 하지만 가을, 가을이 오면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서 낙엽이 되어 뒹구는 잎들이 내겐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일요일마다 한번씩 긁어내면 수북히 쌓인 낙엽밟는 즐거움을 줘서 그렇고, 어릴때 아주 어릴때 해보고 못해본 갈고리 긁는 맛을 가을이면 느낄수 있게 해 줘서 그렇고.
게중에 나를 미치도록 즐겁게 해 주는 건 낙엽을 태울수 있게 마음의 여유를 줘서 그렇다...
초등학교때 운동장에 떨어지는 낙엽을 소각장에서 태울땐 즐거운 맛을 몰랐고..그저 귀찮고 성가시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십을 턱앞에 둔 나이가 되고 보니 낙엽타는 냄새가 왜이리도 구수한지....
화학물질 타는 매캐한 냄새를 맡을땐 코를 꽉 눌러 조금이라도 호흡을 멈추고 싶어했는데.
낙엽타는 냄새가 잠시나마 추억에 허기진 내마음을 흐뭇하게 해줘서 너무 좋다..
겨울에 밀려나는 가을 끝자락을 아주 잠깐 만이라도 내곁에 머무르게 해주는 낙엽태우는 여자 그래서 오늘도 난 낙엽을 긁어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