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낯설은 전화 한통이 왔다.
성택이 어머님 되시나요.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이미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성택이가 있는 부대의 선임하삽니다.
군생활 아주 잘하고 있고요
배가 아프다고해 진찰을 해 봤더니 맹장같아서
부안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어서 광주통합병원으로 데려가기위해
준비하는 중인데
너무 염려 마십시요.
감기한번 안 걸리고 자랐는데
어릴적에도 열이 40도 이상 올라도 끙끙거리고 저혼자 이겨내던 녀석이라
안그래도 무심한 에미를 더욱 무심한 에미로 만들었던 녀석인데
몇일전 외박나왔을때도
왼쪽 종아리가 독충에 물렸는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어
괜찮냐 ...지나는 물음에
괸찮아요... 무심한 답을 하더니
결국에는 걸음조차 걸을 수 없을 만큼 독이 퍼져
복귀하기 전에 엉덩이 주사한대 맞고 일주일분 약을 지어갔던
미련하기 짝이없는 녀석이었다.
군발이는 뭐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나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지 미련한 너-ㅁ 같으니라구
어지간히 아팠나보다
다른이가 알 정도면..
방금전에 선임하사님이 다시 전화를 주셨다.
광주 통합병원에 와서 전체적인 검사를 해본 결과
다른 곳은 이상이 없고 맹장이란 진단이 나와
오후 3-4시경에 수술을 할 거라고
맹장은 간단한 수술이니까 걱정 마시란다.
하나님이 만드신 장기중에 불필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그나마 떼어버려도 아무 상관없다는 장기에 문제가 있다니 다행이다.
감사할 상황은 아닌것 같은데 감사가 앞선다.
혈액검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검사비용도
수술후 일주일 가량 입원해 치료받는데 필요한 병원비도 나라에서 책임진다니.
정말이지 마음은 부자지만
지불해야할 여유가 없는 우리사정을
하나님이 배려해 주신 것 같다.
녀석은 분명
지난번 태권도 시합대회를 위해 이십일 가량 파견나왔을때
승부에는 별로 마음을 두지 않고 잘먹고, 잘자
뿌여케 살이 올라 나왔던것 처럼
일주일간의 입원 기간동안에도, 아픈것과는 상관없이
잘먹고, 잘자 뿌연하게 살이 쪄 나올것이다.
30분 후면 수술을 할 시간이다.
이시간 마음에 여유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선생님의 손끝을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것을 믿는다.
면회를 가면 녀석은 분명
안와도 되는데
하면서도 또 꼬부라진 말투로
에-ㅁ마하고 부를거다
항상 내탓으로 돌리는 오자 다리를 휘저으며 걸어나올수는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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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른아침 아들녀석한테 전화가 왔다.
그래 수술은 잘 끝났냐
네. 괜찮아요
오늘 면회가려하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여길와요. 오지마세요.
이건 원, 속이 깊은 녀석인지, 무심한 녀석인지 구분이 안선다.
그래 뭐 어려운 건 없고
수술은 별거안닌데, 왜 밥은 안주는지 모르겠어요.
어제도 하루종일 굶기더니, 몇일 죽이 나온데요. 죽을 먹고 어떻게 살라고...
녀석은 수술받기전 아픔도
수술받을때 두려움도
밥 못먹는 설움보단 덜한가보다.
역시 내아들이다.
밥타령을 하는 것을 보니 면회는 안가도 될성 싶다.
아들아 나라에서 시켜주는 몸조리 잘하고
받은 만큼 더 열심히 나라 지키기에 온힘을 다하거라.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