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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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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BY 올리비아 2003-08-25



우리는 살면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늘 기억에 남기 마련인가 보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태국의 마지막 밤이 아마도 그런 듯

파타야의 화려한 밤거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호텔앞 바닷가를 잠시 걸었다.

해초가 살지 않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바다.

문득 내 코가 막힌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크림이라도 사주려
한국인이 운영한다고 써져있는 슈퍼를 들렀다.

밤 10시가 다 된시간..

가게앞에서 슈퍼 주인아저씨는
그의 친구분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밤 늦게 우리가 나타나자 그분은
마치 친척을 반기듯 반가워 하신다.

사람 좋아하는 남편
금새 몇마디 나누며 친해지자

주인아저씨는 우리부부에게
술 한잔 하고 가라며 자릴 권한다.

"어떻게 이 먼곳까지 오시게 되었어요~"
가족은..한국에선 무슨일을..등등..

궁금한 나..
묻고 싶은 것도 많다.

직업군인이었다는 그분
사업하셨다는 또 다른 친구분..

"한국에서 능력이 못되니까 이리 왔지"

"무슨 말씀을 그리하세요~
남들보다 앞서가시는 분이니까 이곳에 오셨겠죠~^^"

그분은 담배연기를 깊이
들어마시곤 토해내듯 말을 이었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치고 말야~
대부분 사연없는 사람 없을 거야~"

그 짧은 대답이 그동안의 힘든
삶을 한마디로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 연세에도 유머와 위트가
대단하신 그분들과의 대화는

밤12시가 넘어도 시간가는줄 모르고 앉아 있었다.

"난말야 백수야~"
"훗~백수가 얼마나 좋은건데요~"

나의 대답에 박장대소를 하며

"어~ 그래 잘아는구나! 그럼말야~ 백수의 기본이 뭔지 아나?"
"글쎄여~^^"

"우선은 지갑에 돈이 두둑해야 되고~ 시간도 많아야 되고..
그리고 말야~ 백수는 몸도 건강해야 되거든.."

"그렇군요..우리부부도 백수지망생인데 한수 가르쳐주세요~"

우리부부 순간
백수 예찬론자가 되어
모두들 큰소리로 웃는다.

그분들은 말끝마다 우리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자꾸만 강조하셨다.

그렇게 50대의 대한민국의 남자가
나라와 가정의 소중함을 그리워하며

머나먼 곳에서 땀흘리며 살고 있음을...

"남자는 말야~
야망도 중요하지만 가정보다 더 중요한건 없는거야~"

혈연.지연관계도 아닌 그분들은
인생 선배로써 젊은 우리부부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다음 날 아침 우린 그곳을
떠나면서 인사차 슈퍼에 들리니

아직 주무시고 계시다는
태국인 점원의 말만 전해 들을수 있었다..

"나중에 오면 꼭 들리게나~"

다시 갈 기회가 있을런지..

혹여나 그곳을 다시 한번 가게 된다면
고향냄새가 물씬 풍긴다며 좋아하시던

한국 담배 한보루 꼭 사가지고..
찾아가 보련만...

산다는 것은..

이렇게 기억해야 될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아닐런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