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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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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아줌마


BY 코코아줌마 2003-08-22

  정갈하고 단아한 얼굴로 밝아오는 아침이 오면

내가 좋아하는 부엌에 무릎을 꿇고 드리는 감사 기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갈아 놓았던 콩을 갈아 두유를 만들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스한 밥상을 차려 놓고 아이들을 불러본다.

"세진아"

"대룡아" 그리고 "항준아"

온화한 목소리로 부르다가 엉덩이를 산 처럼 높이 쳐들고 자꾸만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녀석들을 보면서 난 군기 잡힌 규율 반장 목소리로 가라 앉고 급기야는 볼기짝을 때려주기도 한다.

눈을 감고 비칠비칠거리며 세수하러 가는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나도 덩달아 그 기분에 맟춰 조금만 조금만 인심을  쓰다 보면 지각은 따논 당상 이기에 마귀할멈을 자청하지 않을수 없다.

한 줄기 비 바람이 치고 가듯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집안을 걸어 보면서 창을 통해 웃고 있는 나와 마주선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작정 웃음을 충동하는 그런 햇살이 함께 하는 아침.

온 집안 어느 곳을 둘러봐도 모든 사물들이 수려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지런한 손길로 마알간 물이 뚝뚝 흐르도록 설겆이를 하면서 오늘 하루 내가 살아가야 할 그림을 그려보고

햇살 좋은 베란다에 뽀얀 빨래들을 널면서 내 속에 이런 저런 모습으로 자리잡은 욕심의 찌든 때도 저 햇살에 말라 바람에 실려가기를 바라는 욕심도 내어본다.

이렇게 즐거운 아줌마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수영장에 다녀 오시는 어머니를 위해 고소한 율무차를 끓이고 푹~픽 푹~픽 하며 내려오는 커피향은 즐거움과 감사함이 솟아나는 향그러운 찻집으로 만들어준다.

나의 부엌을.

길을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주부 수업에 흠뻑 빠진 나를 보면서 고국에 눌러 앉고 싶은 충동이 불근불끈 솟아 가슴이 얼얼하다.

이 아침 잃어 본자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지는 아침이다.

북한산 줄기따라 자리잡은 회룡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