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늘은 여유롭게 늦잠을 즐길수가 없다.
아침식사도 준비해야돼고 게으름뱅이 딸년도 깨워야한다.
예의상 샤워도 해야하지만 얼굴에 무어라도 좀 칠해줘야하니
조금만~ 이라는 이불속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서둘러 전기압력밥솟에 밥 부터 안친다.
11 시의 시외버스 터미날에서의 만남까지 조금은 시간이 남는다.
아이와 티브이앞에 앉아 강아지들의 재롱을 보다가
10 시 30 분쯤 작은 내 엉뎅이를 든다.
버스를 타고 내려 조금을 걷다보니
" 저기요~ 라는 음성이 들린다.
제 시간에 맞추어 온다고는 하였어도 우리보다 먼저 그네들은 나와있었다.
두딸과 그 어머니.
아이들 셋은 뒷자리로 몰아넣고.
그니와 나는 앞자리에 안전벨트를 하고는
수다가 시작이 된다.
가정사 얘기부터 잡다한 신변의 얘기까지.
그니의 딸래들은 지지배배 종달새처럼 잘도 지껄인다.
아이들의 말소리가 고웁다.
그리고...사람의 지저귐이 반가웁다.
공주대학 정문에서 ( 나중에 알고보니 후문이었다함 )
손전화를 한다.
우리네가 있는 지점을 알리기위해.
그녀는 그자리에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얼마의 시간이 되지도 않아 우리앞에 그 날씬한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큰 차를 몰고 예의 그 모자까지 쓰고는 활짝 목단꽃처럼 웃는다.
오랜지기처럼...
무척이나 반가웠다.
껑충거리며 뛰어간 난 그녀의 차에 당그머니 올라앉는다.
에어컨을 틀지않은채 차창문을 모두 열어놓은 자연의 바람이
내 온 몸에 스며든다.
조금씩 달뜨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의 그 시간들이...
그녀의 집.
우~와 라는 감탄사가 쉴새없이 내 입에서는 쏟아지고.
두리번 두리번...
내 개구리처럼 튀어나온 눈동자는 바삐 움직인다.
우선 들어온것이 끝간데 없이 넓게만 보이는 그녀의 땅덩어리.
그리고
현관안에 들어서니 어려서 그렇게나 만져보고 싶었고
배워보고 싶었던 드럼이 우선은 내 눈에 들어온다.
정갈하게 절리정돈이 되어있었고.
새집이라서인지 모든것이 깨끗한 인상이다.
라운드로 처리된 그녀집의 배란다는 나를 황홀하게 하였고
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니의 입에서도 오! 놀라워라~ 오! 부러워라~ 가 연속해서 나오고
그니의 딸들과 내 딸아이도 모두가 바쁘다.
국수를 먹는다는 기대에 아침밥을 대충 때운뒤라인지
몹시도 시장기가 돈다.
그녀가 준비해온 삼겹살구이.
부재료를 대충 씻고 급히 밥상을 차린다.
꿀맛! 아니, 밥맛 그대로 였다.
( 난 꿀맛보다 밥맛을 더 좋아한다 )
누가 옆에서 말시키는 것조차 반갑지 않을 정도로
난 바삐 고기덩어리들을 상추쌈에 감추어 우걱우걱 씹어 삼키기에 바쁘다.
점심식사가 끝난뒤도 그녀는 계속해서 주섬주섬 먹거리를 내온다.
주는대로 미련하게 받아먹는다.
아니, 어울려 먹는 그맛이 내 손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가 신이 나있고
어른들은 세상사 얘기로 시간가는줄 모른다.
우리가 언제적부터 친구였는가?
불과 일주일전에 만났고 다시 일주일만의 만남인데
우린...아주 오랜시간을 함께 알아온 사람들 같았다.
따가운 햇살이 조금은 누그러질때쯤.
우리는 그녀의 대지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웅덩이 처럼 파 헤쳐진 그곳은 연못이라고 하였다.
그곳에 붕어도 피래미도...그리고 우렁까지도 살아 움직인다고 한다.
( 근데 왜 내눈엔 올챙이만 보일까? )
땅콩이 심겨져있고, 고구마와 토란 그리고 고추, 오이...
그녀는 열심히 나무와 꽃과 야채들을 설명한다.
말속에...표정에... 그녀는 자랑스러워 했고 마냥 행복해 한다.
보리뚝~ 이라는 유실수 옆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 열매를 따먹으며
마냥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이 소녀스럽게 맑고 깨끗해 보인다.
나이는 분명 나보다 조금 위이지만...
그녀의 맑음은 그녀의 그웃음은...
그리고 물 뿌리개로 아이들과 올챙이를 잡는 그 모습은.
먼 아래의 동생같이만 느껴진다.
벗꽃을 남편께서 심었다며
내년에는 벗꽃놀이를 오라한다.
비가오면 비 구경을 오라하고, 눈이오면 눈구경을 오라한다.
허리가 아파 절절 매면서도 여름을 겨울을...그렇게 우리를 초대한다.
그녀의 그 고운 심성이 사뭇 어여쁘다.
이젠
각자의 집으로 가야한다.
공주에 남아있는 그녀도. 그녀의 시댁에 들어가 따신 저녁을 준비해야하고.
대전의 그니와 나 역시도 서로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한다.
" 이따 저녁에 매운탕해서 소주안주해 "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것은 남편과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쏘가리 였다.
곰살맞게도 그녀는 냉동실에 썰어놓은 매운 고추까지 챙겨준다.
대전의 또다른 그니에게는 방금낳은 따끈한 달걀을 싸주고.
차안에서 먹으라며 아이들의 과자까지 세심한 배려로 갈무리를 한다.
길안내로 공주시내까지 앞서 인도해주고는 잘가라고 손을 흔든다.
대전사람들도 안녕을 말한다.
돌아오는 주위의 풍경이 오늘따라 더 고와보인다.
좀더 새롭게도 보이고 즐거움이 더욱크다.
남편과가 아닌 딸과의 외출.
조금씩...편해지며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출발전에 만났던 그 장소까지 우리들을 태워온 그니는
다음을 약속하며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저녁이라도 함께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쏘가리가 상할세라
걸음이 서둘러진다.
" 저녁 집에와서 먹어요 당신 좋아하는 쏘가리 매운탕 끓여놓을께요 "
칙칙폭폭 쏘가리가 냄비위에서 끓고 있을때
남편은 허벌떡거리며 집으로 들어온다.
지지배배 난 그니의 두딸처럼 종달새가 되어 오늘 하루를 보고한다.
정신없이 맛있게 쏘가리 가시를 발라내던 남편이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
" 당신 말이야 언제 또 가냐? "
" 어디? 공주? "
" 응 "
" 왜에? "
" 가면 또 물괴기 얻어오라구 "
나는 들고있던 쐬주잔을 내려놓으며 하하 거렸고.
말을 한 남편도 멋적음에 배시시한다.
설리님과 쟈스민님
그리고 순디기...그의 딸들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은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