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당신의 아들 생일상을 챙기지 않는 며느리가 야속하신지.....
이번 생일은 어쩔거냐고 물으시는 시어머님의 전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남편의 생일상을 제대로 차려본지가 언제인지....
시댁식구들이 남편 생일이라구 오면 밖에 나가 외식을 하곤 했었는데....
내생각에는....
어른들도 계신데 생일이랍시고 거창하게 차리는것도 그렇고 ..
별난 내 성격이 또 대충은 차려내지 못하고......
작년에는 아예 식구들조차 못오게 했었는데.....
당신의 맏아들이 이러다가는 며느리한테 대접두 못받을까 전전긍긍하시는것같아
약해빠진 몸이지만 이번엔 생일상을 차려주기로마음 먹었다 ...
오랫만에 하는 음식이라 무엇 어떻게 해야할런지.....
아무 생각도 안나고......
날짜가 바싹 다가오니 안절부절.....
내가 또 괜한일을 벌였나 하는생각에 발을동동 구르며 ......
시장을 들락날락.......
나박김치를 담그고 .......
엿기름을 사다가 미지근한 물에 담가서 바락바락 주물러서.....
커다란 그릇에 엿기름물을 받아놓구.....
수선을 떨고.........
드디어 남편 생일날....
식구들이 저녁에 오기로 돼있는데 해놓은것은 하나두 없는것같구...
산더미같은 일감을 보니 입이 따악 벌어져서..
제일먼저 떠오르는 아컴친구인 광명 오화진이를 불렀다....
전날 도와주랴고 제의하는것을 자신있게 거절하던 그 허세는 어디가구
모든일 제치고 바쁜데도 달려와준 친구와 전을 부치고.....
드디어 시댁식구들이 들이닥치고 맛있게들 먹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산떨다가 식구들은 돌아갔다.........
다음날은.....
남편과 함께 나가는 부부볼링클럽 회원들을 초대해서.....
생일잔치는 이틀에 걸쳐?별?....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흥겨움은 고조돼고.....
그중 유머가 풍부한 아저씨의 뱀쇼는 클라이막스였다....
덕분에 얼마를 웃었는지........ㅎㅎㅎㅎ
요즘 회사가 어려워서 어깨가 축 쳐져있던 남편도 기분이 좋았는지
연실 벙실대며 웃었다.....
팔다리 어깨가 모두 아팠지만......
오랫만에 차려본 남편의 생일상........
아내된 도리를 한것같은 생각에 늘 남편에게 짜증만 부리고.....
불편하게 해왔던 나자신을 되돌아보게만든날이다.....
내년에도 내손으로 직접 남편의 생일상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해보는 시간이다........
당신! 많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힘내세요....그리고 나 잘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