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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23


BY 후리지아 2002-03-27

몇일을 황사로, 몇일을 가을같은 바람으로 사람을 힘들게
하더니...화사한 햇살이 내리고 있습니다.
한강을 내려다보니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비늘이 아무래도
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날은 봄바람 만나러 나가고 싶은 날입니다.

머리속이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나이때문인지
해야 할 일들을 메모를 해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기가 일쑤입니다.
아직은 나이먹고 싶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마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세월은 흐르고 나이가 먹어갑니다.
아마도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야 하는 날들이 적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살야야 하는 날이 오늘 하루뿐이라고 하더라도 오늘을
소중하게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산다는 것이 힘들고 고단하다고...
세상을 살면서 힘들고 고단한 일들만 존재한다면 정말 하루도
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사는 중간중간 행복한 일도 있을 것이고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운 일들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슬프고 고단한 일들은 쉽게 잊지를 못하고 가슴에 남겨둡니다.
가슴에 남은 상처가 아프고, 쓰리기 때문에 오래 가는 것입니다.

전, 길지않은 40여년을 살면서 7~80년을 살아온 어르신들처럼
많은 시련과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였지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일들부터 마음속에서 절대 끄집어 낼 수
없는 이야기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니 굴곡의 세월입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죽어야지 생각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아니, 죽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천상병시인의 시처럼 이세상 소풍을 나왔으니 잘 살다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어찌 맑은날과, 넓은 신작로만 갈 수 있겠습니까.
자갈길도 가야하고, 진흙길도 가야하며 비도오고, 바람도 불고
눈도 내릴 것입니다. 구름이 끼여 흐린날도 있을 것이며
비가내려 우산을 쓰고 가야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주어진 삶의 날수가 짧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필요이상으로
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무게가
있기에 더 고단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조금 덜 고단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일률적으로 같은 삶이 주어졌다면 사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 가장 무거운것 같고, 자신이 겪는
고통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입니다.

하지만...
조용히 생각을 해 보십시요.
나와, 내주위의 친구들, 이웃들, 형제들의 삶을...
결코 내가 지고 있는 짐의 무게가 무겁다고만 생각들진 않을
것입니다. 자신보다 더 큰 짐을 지고가는 형제도 보일 것이고
자신보다 조금 적을것 같지만 무게를 달아보면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이웃들이 보일 것입니다.

물질때문에...
자식때문에...
남편때문에...
형제들 때문에...
갖가지 모양의 짐을 들고 가는 우리는 결코 불행하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 짐들속엔 우리가 아직 꺼내어 보지 않은
희망이란 녀석이 들어있으니까요...
삶을 다 살기전에 꺼내어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꺼내어
보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꺼내여 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절망하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라 생각되어 집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생기있게 살아가는 사람과 내일이면
죽을 것만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절망하느냐 절망하지 않느냐 하는 단순한 진리 때문입니다.
절망은 이렇듯 무서운 마음의 병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다면...
절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살이있으니 내일도 있을 것이고, 오늘보다 나은 것들을 바라 볼 수
있는 희망이 있으니...얼마나 감사한지요.
희망은...살아가는 동안의 활력소 입니다.

산다는 것은...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맞은 문을 하나 만들어 활짝 열어 두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