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소년원의 논란에 은퇴를 선언한 배우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3

눈 맞춤


BY 몽련 2003-08-13

눈 맞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여섯 살 난 우리 아이의 작은 눈을 드려다 보기를 좋아 한다

유빈아, 엄마 좀 바라 보렴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혹은 동화책을 읽는 중이나

밥을 먹고 있다가도

작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우고 엄마를 본다

, 어쩌면 저리도 맑고 예쁠까?

까맣게 반짝이는 작은 눈 속에서 고물고물 거리는 장난기와

때로는 진지하고 심각하며 사랑이 함박 담겨 져 있는 그 눈빛 속에서

나는 우리 아이의 아름다운 영혼을 볼 수 있어 눈 맞추기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면 예쁜 꽃잎이 떨어진다고 슬퍼하고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

겨울날, 트럭 위에 실려 가는 소나 돼지 등을 보며

가엾어 하는 작은 아이의 마음은

정녕 티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흰 색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가끔씩 이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늘을 주며

아이의 순백의 마음에 어두운 색깔들로 채색을 한다

얼마전의 일이다

유치원에서 야외 수업을 간다며 한껏 마음이 부풀은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마켓에 들려 선생님께 드려야 한다며 음료수를 직접 고르는 아이를 두고

나는 다른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던 중에

카운터에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 너 어디 가니? 네 엄마 누구야? 돈을 내고 가야지. 하며 다구치는 목소리에

바라 보니 우리 아이가 음료수 캔 두개를 손에 쥔 채 출입문 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이 였다

 

내가 다가 서며 유빈아 왜 그러니? 하며 묻자

엄마에게 바구니를 갖다 드리려구요 하며 출입문 곁을 가리킨다

엄마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담게 하려고 바구니를 가지러 가는 아이에게

어른은 혼탁한 사고와 관념으로 성급한 판단을 하여 어린아이에게

혼란과 두려움을 준 것이다

그러나, 정말 다행한 것은

아이는 그 아주머니가 왜 화를 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아주머니가 화를 낸 이유를 알았다면

작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

 

때때로 아이는 엄마의 언행일치가 되지 않음을 지적할 때 가 있다

그럴 때 마다 당황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자신을 반성해 보는데

아이들의 순결한 영혼은 어른들의 거울 됨이 분명하다

샘물처럼 맑고 투명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오늘도 아이의 반짝이는 두 눈 속에서 나의 일그러진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식 아이와 눈 맞추기를 한다

유빈아, 엄마 좀 바라 보렴

 

1992년 4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