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왜 점점 더 찍기 싫어지는걸까요?
그제는 가게 홍보를 위해 사진을 찍었어요.
다녀가신 일본손님께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여행정보 홈페이지에 실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흔쾌히 승낙을 하고, 부탁대로 사진을 보내드리기 위해 카메라를 가져나가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거든요.
그러고나자 24방짜리 필름중 22장을 사용했고, 남아있는 몇장을 무얼찍을까...하다가 아이들 사진을 찍고, 큰 아이보고
"엄마도 한 장 찍어줄래?"
하고 부탁했지요.
어제 그 사진을 찾았는데, 사진에 담겨있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음.....
웃고 있기는 하지만 눈밑이 꺼져보이고, 하나로 묶어넘긴 머리는 실용적이긴 하지만, 이미 미적인 감각 혹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동떨어져 있고, 갸름하다고 생각했던 턱의 선은 두리둥실해 보여서 그저 맘씨 좋은 아줌마의 인상...이었거든요.
아줌마가 뭐, 아줌마로 보이는 게 이상할리 만무지만,
아줌마의 얼굴선이 갸름하지 않고 둥글둥글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 그 사진을 보는 제 마음이 서늘했던 걸까요?
아주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1988년, 여권에 붙이기 위해 찍어놓았던 사진을 꺼냈어요.
그러고나서는 지금 사진과 비교해 보니, 씁쓸한 마음.
남편이 운전면허 따기 위해 찍은 십여년전 사진과 얼마전 찍은 사진은 비교해 보니 어쩜 그렇게 고대로 있는지요.
남자는 세월이 비켜가는 가 봐요.
하긴, 아이를 임신하길 했을까, 낳기를 했을까...
어르신들께서 나이먹으면 점점 사진 찍기 싫다고 하신 그 말씀을 절감했지요.
그래, 내게 주어졌던 청춘도 가고,
내게 주어졌던 육체의 아름다움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가겠지만,
세상을 사는 지혜와 너그러움은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컸다고 생각하니 한편 뿌듯하기도 했지요.
그때는 없었던 귀한 아이들이 있어서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 또한 고마운 일이지요.
사진 속의 그 시절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니.
그리고나서 가족과 함께 찍을 사진을 뒤적여보니 주로 제가 남편과 아이들을 찍어주었을 뿐, 제 사진은 없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의 '아줌마'시절을 찾으면 보여줄래야 보여줄 수 없을 정도라구요.
다음부터 그냥 막 찍어야겠어요.
지금의 모습을 또 20년,30년후에 보면 정말 예쁘고, 싱싱하고 좋았을 때야... 하고 회상하지 않겠어요?
아이들도 엄마의 사소한 것을 기억해 주며 같이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일테고요.
눈발이 흩날리는 봄하늘은 정말 어처구니 없었지만,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잠시 꿈을 꾼 듯 하잖아요?
사진이라두 찍어놓을 걸 그랬나봐요.
우리 인생이 꼭 그와같지 않을까요?
내일은 모두 36방짜리 필름을 사서 카메라에 끼우세요.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오는대로, 학원은 좀 빼먹더라도 같이 나가서 사진을 찍으세요.
제목- 봄이 오는 길목에서!
공원에서 할 일 없이 발바닥 무늬를 찍고 있는 비둘기들도 날려보고, 아이들 친구애들을 불러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하고 편을 갈라 가위,바위,보도 하고,
얼음땡도, 숨바꼭질도 하고, 같이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크게 벌려 함박꽃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사진을 찍으세요.
혹시 알아요?
숨어있던 봄이 아이구, 깜짝이야... 하며 아이들 웃음을 보려고 달려나올지요.
오스카 와일드가 쓴 '자기만 알던 거인'의 동화에서 처럼,
꽁꽁 얼어있던 거인의 정원에 봄이 찾아온 이유가 바로 아이들에 있는것처럼요.
그렇게 사진을 찍으세요.
눈밑이 처지면 좀 어떻고, 배에 살이 좀 동실동실 올라와 언덕을 만들면 어때요?
한여름에 민소매 입기에 겁날 정도로 팔뚝이 두꺼워지면 어떻고,
넙적다리가 아이들 허리만큼 두꺼운면 좀 어때요?
우리는 이땅의 자랑스런 아줌마들인걸요.
여자가 가장 아름다운 나이가 38세라는 거 아세요?
(미국의 권위있는 의학지 발표)
지금이 그 나이에 근접하고 계시거나, 지난지 조금 밖에 안되신 분들 자신의 몸에 자신을 가지세요.
여자가 육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나이, 38세!! (와우!!)
건강하세요.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요.
푹 잘 쉬시고, 내일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이 넘쳐나길 바랄게요. 불행하고 지쳤던 마음은 잠들자마자 거품처럼 터져서 없어질거예요. 모두 평안한 밤이 되시길...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