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7일 흐림
효자비-마당바위-숨은벽능선-V자안부-위문-노적봉-용암문-중성문-
산성매표소
밤새 퍼붓던 천둥 번개는 새벽이 되도록 그칠줄 모르고 그래도
장거리산행 준비를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빗줄기가 양동이로
들어붓는듯 세차게 내려 원정산행을 취소하고......
지난밤 설친잠을 자고있는데 들리는 전화벨소리
꽃사슴이 지금 비가 안온다고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가자고 하네요.
꽃사슴과 나뭇꾼 부부를 산에서 만난지는 일년남짓 취미가 같아 산행도 함께하고 여행도가고 한동네 사는 관계로 자주 만나다보니
일가친척보다 더 가까운 느낌이예요.
나뭇꾼은 남동생같고 조용하면서도 언니 언니 하며 잘 따르는
꽃사슴이 귀여워 일년정도 되었는데도 오랜지기를 만난듯 반갑고
사랑스런 부부랍니다.
북한산 효자비마을 가계에 차를 대고 우리부부와 함께 산행을 시작했어요(오후 1시 30분)
남편은 대간 끝내고 얼마전 낙남정맥 끝낸사이 잠시 짬을 내어
자주 찾지못하는 북한산 오랫만에 오니 정말 좋다고하는군요.
복중이라 하지만 날씨가흐려 산행하는데는 그만이었죠.
가계사이로 난 등로 밤새 내린비로 많이 쓸려 나간자리가 흉하게
보이고, 계속되는 능선오름길 오랫만에 산행이라 다리도 뻐근하지만
진달래 철쭉이 한창일때 다녀가고 한여름의 숨은벽 능선은 푸르름의
한가운데서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요.
마당바위에 올라서니 운무에 가려, 백운대와 인수봉이 서로 숨바꼭질
이라도 하는듯 보였다 안보였다를 연출하고 그 사이에 있는 칼날같은 숨은벽은 우리들을 반기었지요.
한참을 앉아있으니 추위마저 느껴지고 이 복중에 춥다니.......
제대로 피서를 하는것 같더군요.
이슬비도 잠깐 오락가락하고......
대슬랩에서 우측으로 떨어져 다시오르는 V자안부는 언제올라도 힘든것같아요.
이곳에 이렇게 많은수량의 물이 흐르는것은 처음본것같아요.
약수터까지 이어지는 계류 바위사이로 떨어지는 실폭포도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언젠가 피아니님이 안부 좌측봉우리에 오르면 멋지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비가와서 바위가 미끄러운데도 남편이 있어 안심되어 올라서니
정말 인수봉과 올라온 숨은벽 능선이 멋지게 펼처지네요.
이렇게 흐린날에도 인수봉에 붙어있는 바위꾼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먼저오르던 선등자가 뚝 떨어져 로프에 메달리니 놀란가슴
쓸어내리고, 오르기를 포기했는지 함께하던 산꾼들도 그대로 내려오는것을 보고있노라니 바로옆에 인수봉을 바라보고있는 어느청년의
위령비가 안스럽게 느껴지는군요.
도전도 좋다지만 생명하고는 바꿀수 없지요.
미끄러운 바위를 내려와 위문을 지나 노적봉 용암문을 지나
하산하는데 불어난물로 구비처 흐르는 비단폭포, 너럭바위를 구비처 흐르는 이런 풍광이 장마철이 아니고는 볼수없지요.
내려갈수록 많은수량의 계곡물소리 ,수정같이 맑은물이 계곡이 아니라 무슨 강물을 연상케 하고......
우리모두 와 하는 감탄사밖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중성문을 빠저나와 차를 회수하기위해 택시를 타고 효자비마을에
도착 넉넉한 식당아줌마의 입담과
밤하늘에 떠있는 달빛을 벗삼아 숯불에 구워주는 삼겹살과 곡차한잔
하루의 산행피로가 싹 풀리는듯,
거기다 정겨운 산우와 함께하니 더 좋았던 하루 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