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월이다.
한해를 새로 맞는 나름대로의 각오와 포부로 힘찬 발걸음을 한지가
엊그제 같기만 한데 ...
흐르는 세월은 물과 같고,
하루의 시간은 마구 내달리고 있다.
시간에 뒤쳐짐이 싫어서 늘 동동거리며 살지만,
가끔씩은 지금 나 잘살아가고 있는거야?
하며 스스로에게 물음을 남기기도 한다.
아이들의 방학도 이제 다 끝나간다.
이제곧 아이들과의 한바탕 전쟁이 아침마다 시작될 예정이다.
미리 걱정을 하기 보다는
앞서서 준비하는 마음으로 맞아들이고 싶어,
오늘 아침엔 다른날보다 1시간 일찍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고운 클래식의 선율을 아침부터 즐기는
조금은 느긋한 하루를 열었다.
새달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허둥대면
한달 내내 그럴것만 같은 예감 때문에 ...
오늘은 사무실에 여직원 한명이 새로 출근을 하는 날이다.
1년동안의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 출근한 그녀...
그녀의 생글거리는 웃음이 참 투명하고 맑아
보는 이에게 즐거운 아침을 선물한다.
그녀를 보면서 난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았던가 ...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나보다 몇살쯤 아래인 그녀에게선 내가 이미 밟고 지나온 ...
지금은 잊혀진 시간속의 나이를 생각해 보게 해 준다.
예쁘고, 상냥하고, 밝은 웃음으로 늘 주변을 환하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역할은 참으로 큰 영향을 주위사람들에게 미치는 듯 하다.
기왕이면 같은 말한마디라도 곱고, 이쁘게 할줄 아는 사람은
오랫동안 좋은 기억들을 남겨준다.
그녀보다 얼마만큼의 세월을 더 산 나는
그녀에게서 또 그런면이 배우고 싶어 진다.
본받음이라는 건 항상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만은 아닐 것 같다.
자신이 한번 입밖으로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책임을 져야 겠다는 강한 의식이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게 한다.
나는 살면서 내가 한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을 때
가장 부끄러움을 느낀다.
누군가는 여직원을 마치 사무실의 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가 남자든 여자든 스스로의 제대로 된 행동으로 주변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이의 뒷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누가 보아주던, 그렇지 않든 자신이 해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척척 해내는 것은
한 사람의 사는 모습이 거기에 담겨져 있기에 몇마디의 칭찬으로 일축하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아침 그녀는 맑은 유리병에 담겨진 노오란 후리지아처럼
그랬다.
부서지는 아침햇살의 눈부심이 그녀에게 참 잘 어우러진다.
어쩌면 내가 갖고 있지 못하는 면을 그녀는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어도 왠지 다른 느낌으로 단정함을 풍기는 이의
향기는 남다르다.
나처럼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그녀 ...
오늘 아침엔 그 자그마한 체구의 발걸음이 참 가볍고 경쾌하다.
무슨일을 하던 리듬감이 느껴지고, 절로 좋은 기분이 전이될 것만 같은 그녀는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몇년전의 내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 하여
나는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물어보며
마치 내 동생을 대하듯 그랬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이렇게 한 공간에서 일을 하는 인연으로 만난 그녀와 나는
앞으로도 서로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함께 공유해 갈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이들로 남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달의 문턱에서 ...
또 한사람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사는일이 웬지 모를 힘을 가져다 준다.
2월은 1월 보다 짧은 달
여러가지 행사가 많은 달
그렇지만 그 어느 달보다 열심히 살아내는 한 달로 자리메김해 두고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기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 하루 하루로
새로운 달을 장식해 보아야지 ...
아름다운 그녀의 산뜻한 미소가 내게로 와서
상큼한 2월의 문턱을 살짝 넘어서게 만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정녕 아름다운 그녀로 ...
기억되고 싶어지는
그런 아침이다.